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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슬픔에 감사하다

조 현 용 / 경희대학교 교수·한국어교육 전공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고통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성자는 인생을 고통의 바다라고 했다. 바다에 가 본 사람은 바다의 넓이에 놀라게 된다.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고통의 크기를 비교해 보라. 끊임없이 몰아치고 다가왔다가 사라지는 파도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 고통이란 게 우리를 참 힘들게 한다. 고통을 만나면 참 슬프다.

고통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나 모두에게 있다. 고통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혹시 깨달은 사람이나 고통을 못 느끼는 병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예외일 수는 있겠다. 허나 이런 예외가 쉬운 일이 아님은 모두 알 것이다. 있어서 슬프고, 없어서 슬프다. 돈도, 가족도, 명예도, 사랑도 슬픔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기쁨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있으면 좋은 게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나 있어서 불행한 경우도 수없이 많다.

우리는 왜 슬픈가? 우리에게는 좋은 게 있고, 싫은 게 있다. 우리는 좋은 게 있다면 나쁜 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좋은 것의 반대는 나쁜 것이 아니라 싫은 것이다. 좋은 것을 다른 말로 하면 기쁨이다. 우리네 인생이 항상 웃음이 나고, 마음이 벅차고, 들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충만한 느낌이다. 뭔가를 덜어낼 필요 없이 가득하다. 좋다.

좋은 게 있으면 싫은 게 있는 게 세상의 이치다. 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분명하다. 아픈 것은 좋지 않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헤어짐도 좋지 않다. 아무리 다시 만날 거라 위로해 봐도, 그렇게 믿으려 노력해 봐도 헤어짐은 참 어렵다. 하물며 그게 죽음이라는 순간이라면 어떨까?



그래서 싫다는 감정은 슬픔과 연결되어 있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기쁘지 않은 것이고, 막혀 있는 것이다. 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이고, 그리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달리 싫은 일은 일어나게 된다. 누구나 아프지 않을 수 있는가? 누구나 죽지 않을 수 있는가? 사람끼리 서로 맞지 않아서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사랑해서 아프고, 좋아서 더 슬프다.

우리말의 싫다가 슬프다와 어원이 같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참으로 놀라운 필연이다. 옛말에서는 '슳다'라는 단어가 '싫다'와 '슬프다'의 의미를 동시에 나타내었다. 한국어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지금은 '슳다'가 모음이 바뀌어 '싫다'가 되었고, '슳다'에 '-브-'가 붙어 '슬프다'가 되었다. 싫은 일이 많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슬픈 일이 생기면 싫은 감정도 따라 생긴다. 한국인들은 감정적으로 싫은 감정을 슬퍼했던 것이다.

한편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슬픔은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싫은 감정은 언제나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싫은 감정은 슬픔이 되기도 한다. 괴롭다. 하지만 슬픔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세상을 기쁘게 살 힘을 준다. 슬픔은 나쁜 게 아니다. 그게 우리의 삶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슬픔은 아프다. 하지만 슬픔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 나는 다시 슬픔이라는 감정에 감사한다. 살아있기에 슬픔을 느낀다는 것에 감사한다. 슬픔도 나를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다. 슬픔이 큰 사람일수록 고마움의 크기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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