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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다름을 위한 통합

송 인 한 /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통합. 최근 정치권에서 빈번히 사용하고 있는 단어입니다. 우리 사회가 그간 겪어 온 갈등과 분열을 생각할 때 사회 통합은 시급한 과제입니다. 그러나 통합에 대한 주장을 조금만 더 들여다본다면 그것은 대개 자신이 중심이 되는 합병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으며, 정작 그 갈등의 원인 상당 부분은 정치권에 의한 것이었음을 상기합니다.

2015년 필자의 연구팀이 진행했던 한국 사회 내부의 갈등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국 1000명의 응답자 중 약 90%가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약 75%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조건에 있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 사회의 갈등이 더 심하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반 이상의 응답자가 정치적 이념 갈등을 가장 심각하게 느끼고 있었으며 계층 갈등, 세대 갈등, 지역 갈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갈등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게 우리 사회의 갈등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응답했으며,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을 심화시킨 주체에 대해 정당, 정부, 언론, 대통령 순으로 응답했습니다. 갈등의 근원이라 국민이 인식하고 있는 정치권이 스스로 제기하는 통합. 부디 반성과 성찰로부터 나온 것이기를 바랍니다.

통합에 대해 많은 이가 이야기하지만 통합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는 광범위함과 모호함이 서로 간의 의사소통을 어렵게 만듭니다. 고전적 정의에 따르면 통합은 개인이 가치와 신념을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공유하는 정도, 즉 사회 내의 구성원이 사회에 대해 느끼는 귀속감과 결속감을 뜻합니다.



통합에 대해 학자들이 제시했던 여러 견해를 다양한 차원에서 정리해 통합이 달성된 긍정적 사회와 그렇지 않은 부정적 사회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수평적 차원에서 구성원 서로 간에 결속돼 있는가 혹은 소외돼 있는가. 수직적 차원에서 국가와 사회에 대한 신뢰감을 가지는가 혹은 불신을 가지는가. 개인적 차원에서 스스로의 자아를 실현하고 효능감을 가지는가, 아니면 정체성이 부재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가. 사회적 차원에서 동료와 협조하고 사회에 참여하는가, 아니면 박탈감과 분리감을 느끼며 분열과 갈등을 경험하는가. 소속감과 평등감을 느끼는가, 아니면 배제감과 불평등을 경험하는가. 한 사회의 통합 결과에 의해 국민은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통합의 과정에서 소통 혹은 불통하는가 역시 중요한 문제입니다. 통합은 하나의 의견으로 합쳐진 결과적 상태가 아니라 사회구성원이 역동적으로 소통하는 대화의 과정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통합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언어와 의미를 이해해야 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타인과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며 대화해야 합니다.

통합은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한 변화의 협력입니다. 남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변화할 수 있음에 열려 있는 자세입니다. 통합의 과정에는 오해와 위기가 발생하기에 이해를 위한 인내가 필요합니다.

통합을 어느 한쪽으로 동화시키거나 단일한 목소리를 가지도록 강요하는 또 다른 형태의 권위적.강권적.비민주적 파시즘과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갈등과 분열은 극복돼야 하지만 통합의 이름으로 다름의 중요한 가치가 경시돼서는 결코 안 됩니다.

통합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시작됩니다. 그리고 통합의 끝은 물리적 결합만이 아니며 공동체의 신뢰 위에 다름이 공존하고 협력해 시작하는 화학적 새로움입니다. 갈등과 분열, 배제를 극복하고 공존과 협력과 결속으로 향해 가는 여정. 우리가 추구하는 통합이 그러한 것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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