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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 스토리] 포르투갈의 대표 포트와인

배문경
법무법인 김앤배 공동대표변호사·Wine Scholar Guild 정회원

지난주 나는 '아 기다리고, 기다리' 하던 큰 선물을 받았다. 지난해 12월부터 열심히 사들였던 와인이 한꺼번에 주인을 찾아온 것이다. 와인을 주로 인터넷에서 구매할 때 가장 골치 아픈 건 아무래도 배송이다. 배송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배송 동선, 즉 어디를 거쳐서 배달되느냐에 따라 날씨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구입한 와인을 거의 6개월만에 배달 받고 이것 저것 시음하느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40여 종류의 와인 중 가장 감명받았던 와인이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제다.

내가 구입한 와인 중 가장 나를 사로잡은 1963년산 얼마오(IRMAO) 빈티지 포트와인이다. 알코올을 많이 섞은 강화와인을 좋아하지 않지만 50년이 넘은, 반 백년을 살아온 이 포트와인의 점잖고 부드러운 매력에 푹 빠졌다. 포트와인 특유의 카라멜 향과 고소함이 달콤함과 어우러지고 강한 알코올의 깨끗하고 상큼한 피니시까지, 정말 명품이다.

포트와인의 원래 이름은 'Vinho do Porto'로 포르투갈에서는 '비누두 포르투'로 발음된다. 포르투는 영어로 포트, 즉 항구라는 뜻이다. 그럼 대충 감이 온다. 아, 강가나 항구주변에서 만들어진 와인이구나. 그렇다. 포트와인은 포르투갈 북부지방의 도우로 밸리유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다. 강가.항구 하면 왠지 애달프고 가슴저린 사연이 떠오른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포트와인은 다른 와인과 다른 큰 특징이 있다. 세다. 독하다. 알코올 농도가 20% 정도 된다. 항구의 아픈 가슴을 달래줄 비법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기존 와인이 단일 품종의 포도나 2~3개 품종의 포도로 만들어지지만, 이 포트와인은 우리말로 하면 '와인폭탄주'다. 와인에 알코올을 섞은 것이다. 즉 포트와인은 포르투갈 강가에서 만들어진 와인폭탄주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감히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포르투갈의 이 기발한 비법은 이제 국경을 넘어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사우스아프리카, 캐나다, 인도, 미국으로 번져갔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 생산된 와인은 포트와인이라고 부를 수 없다. 유럽 연합 원산지 가이드라인에 따라 오직 포르투갈에서 생산된 와인만 포트와인이란 브랜드를 쓸 수 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는 게 아니듯, 와인에 알코올을 탔다고 무조건 포트와인이 아닌 것이다. 포트와인의 포도종류는 100개가 넘지만 중요한 포도품종은 틴타 바로카.틴타 카오.틴타 로리즈.투리가 프란체스카.투리가 나쇼날 등 5개 품종이다.

포트와인의 종류는 정말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아서 정리가 필요하다. '화이트포트'는 하얀 포도로 만들어 약간 아니면 중간 정도의 단맛이 나며 무더운 날 얼음을 띄워 마시면 상큼하다. '루비포트'는 대략 3년 정도 숙성시킨 뒤 출시되는 와인으로 약간은 덜 숙성된 맛이 난다. 그러나 가격이 싸고 대중적이며 가장 많이 팔리는 포트와인이다. 그러나 루비와인에 '리저브(RESERVE)'나 '스페셜 리저브(SPECIAL RESERVE)'라고 적혀 있다면 약 6년 정도 숙성된 와인이며 가격도 약간 높다.

'빈티지 캐릭터 포트'는 루비 포트와인 중 최고가의 와인으로 나무통에서 5년 정도 추가 숙성된 뒤 출시되므로 더 이상의 시간이 필요 없이 바로 마실 수 있다. 가격 대비 가장 훌륭한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토니 포트(TAWNY PORT)'는 가장 다양하고 품질을 인정받은 안정된 포트와인이다. 숙성이 되면 짙은 갈색으로 변하며 식사 전후에 마실 수 있는 디저트 와인으로 제격이다. 라벨에 연도가 쓰여 있어 빈티지 포트로 오해 받는 '콜헤이타 포트'는 간단히 한 해의 토니 포트를 담은 와인이다.

'레이트 바틀드 빈티지 포트(LBV)'도 한 해의 빈티지 포트와인이지만 제일 좋은 해의 와인은 아니다. 6년 정도 숙성시켜 출시되는 이 와인도 바로 마실 수 있고 매우 풍부한 맛을 낸다. 포트와인 중 최상의 평가를 받는 와인은 빈티지 포트다. 이 와인은 가장 좋은 해의 몇 개의 와이너리와 제일 좋은 포도로 만들어진다. 빈티지 포트는 농부들이 풍년이라고 생각되는 해에 포도견본을 해당기관에 보내 허락을 받은 뒤에야 만들 수 있다. 몇 년에 한번씩 밖에 만들어지지 않는 이 와인은 만들어진 뒤 20년 정도 숙성시킨 뒤에야 마실 수 있고 가격도 비싸다.

'싱글 퀸다 빈티지 포트'는 와이너리 한곳에서 출시되는 빈티지 포트와인으로 좋은 해에 출시되지만 가장 좋은 해에 나온 포도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로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포트와인은 강하고 풍부하고 침전물이 매우 많기 때문에 꼭 디캔팅을 해서 몇 시간 둔 후 마셔야 하며 다른 와인들처럼 눕혀서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트와인은 '와인이 싱겁다' '니 맛도 내 맛도 아니다' 싶은 한국인에게 더욱 사랑 받는 와인이다. 소주의 알코올 농도가 16~17% 정도로 낮아지면서 마셨을 때 '캬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던 옛날 소주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많다. 그런 분들은 이 포트와인을 마시면 된다. 알코올 농도가 19~20%로 소주를 능가하는 와인이니 '센 맛'을 찾는 한국인에게 더 없이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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