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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중국의 복심 사드 보복

김 도 수 / 자유기고가·뉴저지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 보복이 도를 넘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관광과 여행, 문화상품, 화장품 면세점 같은 범위를 벗어나 한류까지 차단할 속셈인지 조선족 가정에 세워져 있는 위성 안테나까지 막무가내로 철거해 간다는 보도다. 이런 와중에 한.미 양국은 지난 26일 새벽에 그동안 창고 속에 감춰 두었던 사드 장비들을 꺼내 성주골프장으로 전격적으로 옮긴 뒤 조립에 들어갔다. 대선에 집중되어 있는 국민의 관심을 이용한 행정편의주의 고질병이 또 한번 인근 주민들과 사드 반대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것 같아 유감이다.

문제는 왜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저렇게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것일까이다. 도대체 사드가 무엇이길래 중국이 저처럼 반대하며 내정간섭을 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아시아 패권을 향한 중국의 미련한 욕심의 발로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는 단순히 북핵을 잡기 위한 건전한 방어가 목적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사드를 빌미로 미국이 '아시아 회귀'를 보다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본심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글로벌 미사일 방어체제(MD)의 일환이라는 항변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은 베트남 및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30년 넘게 군사 개입을 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였다. 그래서 1969년 '아사아의 안보는 아시아에 맡긴다'는 닉슨 독트린이 발표되고 내친 김에 핑퐁 외교를 통해 중국과 수교하면서 미국은 아시아에서 잊혀진 존재가 된다. 호랑이 없는 산골에는 토끼가 왕 노릇 하는 법! 미국이 빠져나간 40년 세월, 아시아는 중국의 독무대였다. 경제력과 함께 군사력을 통해 아시안 국가들을 하나둘 섭렵해 나갔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 11월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공식 천명하며 중국에게 맡긴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압박하지만 이제 중국은 더 이상 옛날의 토끼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과 맞짱 뜨자며 항공모함을 짓고 스텔스전투기를 개발하는 등 미국을 향한 적개심을 노골화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때늦은 아시아 회귀 전략은 전후 군사력 재무장만 노리고 있던 아베의 일본에게만 좋은 일이라는 비아냥만 듣게 된 꼴이다.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이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는 중국의 심대한 이익침해다. 그러나 한국을 향해 날아오는 북한의 핵미사일 을 고고도에서 요격할 목적인 사드가 왜, 어떻게 중국의 국익을 심대하게 침해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전문가들의 추측은 사드 운용체계인 엑스밴드 레이더의 가공할 탐지 거리가 중국이 동북아 일대에 촘촘히 심어둔 미사일들의 판도라를 열까 봐서 불안해 한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결국 심대한 중국의 이익이란 것이 한반도 및 일본을 조준하고 있는 미사일 공격력의 저하란 말이 아닌가. 자신들의 공격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탐지장비를 심지 말라라는 억지주장인 셈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5천만 명의 생명권과 연결되는 사드가 중국에게는 고작 자국 무기체계의 실효성 증대 정도라니 기가 막힌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열기 수년 전부터 무역 관계로 중국을 자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중국 여행 중 몸소 체험한 화장실에 얽힌 이야기 하나를 여담으로 남기고자 한다. 아마 1989년 여름께였을 것이다. 길을 떠나기 전 교인 한 분이 쪽지 하나를 내밀며 해방 전부터 북경에 거주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만나지 못하고 있는 친형님 부부를 꼭 만나고 돌아와 달라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노부부를 만났고 북경 고택 단지에 소재한 그 집까지 방문하게 된다. 솟을대문이 있는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었다.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주거지로 할당받은 수집가구 중 하나라고 한다. 집안에 동네가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식사 후 일어났다. 화장실을 찾자 노부부는 심히 당황해 하며 친히 손전등을 들고 조금 전 들어온 솟을대문 밖으로 안내하는 것 아닌가. 중국인들이 대문 안에 화장실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꿈에라도 짐작했던가? 아무튼 중국의 공중변소는 상상을 초월하는 그들만의 문화였고 이질감의 극치였다. 칸막이 하나 없는 댓돌을 따라 20~30명이 엉덩이를 깐 채 일렬로 나란히 앞아 볼일을 보면서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 엄청난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그때서야 왜 서양 사람들이 중국 여행 시 필수품 목록에 신문과 우산을 지참하라는 꿀팁을 제공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중국은 지금 한국을 여러 모로 시험 중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과거 한반도가 중국의 일부였다'는 망언을 하였고 트럼프는 무슨 비밀이라도 알아낸 듯 떠벌리다 자국 언론으로부터 무지하다는 뭇매를 맞고 있다. 문제는 국민의 생존권이다. 미.중은 한국을 구한말처럼 홀대해서는 안 된다. 한국 또한 이 문제를 감성적 언어와 읍소적 자세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2017년 5월 9일 새로 당선될 새 대통령을 중심으로 5천만 국민의 생명을 걸고 우리의 안보를 확고히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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