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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가슴에 담아둔 친구들

정 명 숙 / 시인

지난 3월 말에 한국으로부터 신선한 e메일을 한 통 받았다. 대학 4년 동안 나를 풍요롭게 해준 독서클럽 동우회 '자유교양회'의 한 선배로부터 말이다. 평소에 과거의 금송아지나 미래의 뜬구름을 노래하는 대신, 현실에 충실하자는 나의 소신 때문에 과거는 거의 망각하고 살아왔다. 현실이 모여 과거가 되고 또한 현실은 미래의 기반이 된다. 이 선배님은 SNS를 통해 나를 찾으셨고 다음 주말에 나를 보러 한국에서 오시기로 했다. 지난 40년을 뉴욕에서 장거리 마라톤을 달리고 있는 나를 잠깐 불러 세워 놓고 시원한 청량음료를 건네주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갑자기 한국에서의 나의 삶이 이번 생이 아니고 전생이었던 것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좋은 사람은 가슴에 담아두기만 해도,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1970년대, 20대 초반의 젊음을 함께 불살랐던 너무나 소중한 모임이었다. 한국에서 열려 있는 그룹 카톡방에 초대되었다. 거의 20명이었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20대의 얼굴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하며 잠시 회상에 젖는다. 그 당시 부푼 기대와 설렘을 안고 신입생이 되었었다. 중.고등학교와는 전혀 다른 학업 방식과 갑자기 확장된 인간관계 그리고 맘모스와 같은 대학 체제와 캠퍼스에 압도당한 채 방황하던 중 이 동아리를 발견한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보다 반가웠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꿈을 키웠고 우리의 갇혀 있던 영혼을 해방시켰으며 자유로운 정신을 노래했다. 마침 모교의 교훈이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했듯이 진리를 많이 터득할수록 영육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진리에의 허기와 갈증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지금 기억에 남는 책들은 반야심경, 고린도 전서 13장, 도덕경, 군주론, 역사란 무엇인가, 용감한 신세계, 사랑의 기술에 관하여, 예언자, 독일인의 사랑, 갈매기의 꿈, 어린왕자, 등등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높이 멀리 날고,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웠다. 교정의 캠퍼스에서 밤하늘의 별과 바람을 벗 삼아 윤동주의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친다" 우리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찾기에 별이 지는 것을 아쉬워하고 헤어짐을 원망했었다. 그래도 새 날이 올 것을 알고 있기에 선구자를 부르며 어두운 교정을 등질 수 있었다.

참으로 세상에 두려운 것이 없었던 당찬 20대, 가슴 시리게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 어쩜 이렇게 아련하기만 한 걸까. 항상 현실주의, 행동주의에 무게를 두었던 나에게 지나간 대학 시절은 나의 가슴 깊은 곳에 고이 묻어두고 있었나 보다. 이번에 한 선배님의 e메일은 그런 나를 깨워 주셨다.



한 지인이 보내준 좋은 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의사-햇볕, 휴식, 운동, 식이요법, 자신감, 친구'라는 글을 읽고 많은 공감이 갔다. 햇볕은 생명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햇볕이 귀한 북유럽에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은 이를 증명해준다. 특히 식물은 햇볕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상상해 보라. 식물이 없는 세상을! 휴식 또한 필수다.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더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휴식을 취해 생활의 리듬을 찾아야 한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정신을 담고 있는 육체가 병이 들고 노쇠해져 생을 즐길 수가 없게 된다. 식이요법이란 건강한 심신을 위해 꼭 필요한 연료다. 좋은 연료는 건전한 육신에 건전한 정신을 깃들게 한다. 자신감이란 앞에서 말한 요소들이 충족되었을 때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게 해 준다.

마지막으로 친구는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큰 자산이다. 뉴욕에서 살아낸 40년의 시간이 한국에서의 토양에 뿌리를 두고 자라왔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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