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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세상] 사람, 땅을 떠나다

송 길 영 / 다음소프트 부사장

저는 지금 서울의 한 대학 건물 뒤 테라스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멋진 캠퍼스의 한구석에는 시원한 그늘과 바람이 어떤 사무실도 주지 못하는 쾌적함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같은 시간, 누군가는 유럽의 거대한 성에서, 누군가는 남미의 소금호수에서 또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산물이 태양에너지의 생물학적 집적이었던 시기엔 누구도 그 터전인 땅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동네 카페마다 노트북을 들고 와서 자리를 차지하는 통에 도무지 돈 벌기가 녹록지 않다고 주인들이 토로하듯이 어느덧 빌려 쓰는 공간에 나의 시간을 상당량 할애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전 세계가 빛처럼 빠른 그물망에 의해 이어지고 사람들이 연결되며 생산의 수단이 전자화되면서 더 이상 고정된 터전에 사람이 속할 필요 없는 전인미답의 세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동물의 삶의 영역을 세력권(territory)이라고 합니다. 하루 종일 걸은 곳만큼 너의 땅을 주마라는 말에 쉬지 않고 무리해 다녀왔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는 우화는 땅의 소유와 욕심에 대한 강박을 경계합니다. 긴 지구의 역사에서 잠시 스치듯 지나가는 인간이라는 종족이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와 같은 대지를 소유하겠다는 터무니없는 그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한편 우스워 보이기도 합니다.

소작인으로 땅뙈기를 빌려 일 년 내내 허리를 펴지 못하며 얻은 소출의 상당량을 지주에게 바치던 기억에는 생산의 터전을 허락받지 못하던 자의 설움이 녹아 있습니다. 한자리에 번성해 그 개체가 늘어나다 환경이 각박해져 어려워지는 시절이 오면 제 터전을 넘어 죽음을 무릅쓰고 새 땅을 개척했던 선조들의 이야기는 살아 있는 신화로 새로운 땅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속해 있던 땅을 넘어 생산의 자유를 얻게 된 새로운 현생 인류에게 이제 자신의 영역은 어떻게 정의되고 인식될 것인지요. 땅과 함께 숨 쉬고 살아오던 그 관성 속 습관들은 또 어떻게 바뀌고 몸에 배게 될는지요. 그 거친 적응의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면 오래전 말을 타고 가축을 돌보며 영역을 확장했던 종족이나 수렵과 채집으로 먼 이동의 궤적을 그렸던 더 오랜 선조들의 삶을 다시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따지고 보면 땅에 붙어 살아온 우리 삶의 역사도 더 앞선 조상들의 부단한 이동의 역사에 비하면 그리 길지 않았기에 다시 또 한 번의 적응 역시 우리에게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거라 위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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