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과 믿음] 사람의 아들 예수 <2>

차재승 / 뉴브런스윅신학대학원 교수

지난 칼럼을 통해서 예수께서 자신을 사람의 아들이라고 칭했다는 것을 다루었다. '사람의 아들'이란 구약을 배경으로 하면 사람을 의미한다. 그런데 제자들 중에 그 어느 누구도 예수를 사람의 아들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기독교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가 신적 존재인데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성육신(incarnation)을 믿고 고백한다. 그런데 이런 그리스도의 신비를 인간의 지성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독교 역사는 ①그리스도의 인성 ②그리스도의 신성 ③두 본성의 관계 ④두 본성과 인격의 관계라는 4가지 주제에 대해서 더 깊이 논의를 이어갔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리스도의 신비를 충분히 설명하는데 이르지 못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바로 이 모든 논의 한가운데 예수님 자신이 있다는 점이다. 신학은 신비를 설명하려는 인간들의 몸부림이지만 그 뿌리는 예수 그리스도시다. '그리스도와 신학 하기'는 기독교의 신비의 정수다. 사람을 의미하는 사람의 아들이라는 가장 친숙한 용어를 홀로 복음서에서 80여 차례 반복적으로 사용한 이 예수는 과연 누구이며 왜 예수는 자신을 사람의 아들로 불렀을까?

먼저 이 용어 속에는 인간으로 우리를 찾아오신 예수의 친밀함(성육신)이 잘 드러나 있다. 만약 신이 자신의 모습을 충분히 다 드러나는 신으로 우리를 찾아온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인간이 도저히 알아볼 수 없거나, 알아보는 순간 그 위엄과 영광으로 인해서 우리 자신이 녹아 내리지 않을까? 당시의 유대인들이 가장 친숙한 용어, 사람의 아들로 자신을 부른 것은 이런 인간의 한계를 깊이 헤아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둘째, 성육신이란 점진성을 가진다. 만약 예수께서 30이 되신 즈음에 공적인 일을 시작하자마자 자신을 '하나님' 혹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불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자로 간주해서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거나, 혹은 신성모독죄로 바로 처형했을 것이다. 인간이 육으로 찾아오신 하나님을 즉각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을 점차적으로 드러내셨다. 예수께서 기적을 행하신 후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하시는데(막6:43), 역사 속에서 인간을 배제하지 않으시고 인간을 통해서(선지자, 성경의 기록자, 인간의 언어와 문화, 제자들, 교회), 인간과 살아있는 관계를 맺으시는 하나님의 낮추어 찾아오시는 모습이 이 용어 속에 잘 드러나 있다.

셋째,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그 용어가 사용된 맥락은 단순히 사람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선다. 앞선 칼럼에서 6가지로 설명했는데, 요약하면 사람의 아들의 다양한 일(고난, 죽음, 부활, 죄를 용서함, 안식일의 주인, 다시 오실 자, 원래 있었던 자)을 통해서 자신이 신적 존재라는 것을 잘 드러내고 있다.

넷째, 이 독특한 용어의 신비한 의미는 어떤 하나의 문화적 상황 속에서 이해되기는 어렵다. 구약의 배경으로 이 용어가 단순히 인간을 의미한다면, 그 어떤 인간이 부활할 수 있으며, 영광과 위엄으로 다시 찾아올 수 있겠는가? 당시의 헬라문화의 신 개념을 적용한다면 그 어떤 신적 존재가 고난당하고 죽을 수 있겠는가? 구약의 다니엘서 묵시문학을 배경으로 한다면 종말에 찾아올 메시아는 단회적이지만 사람의 아들은 우리를 이미 한번 찾아와 하나님의 나라를 드러내신 후에 부활하셨고 그리고 또 다시 오실 것을 선포하고 있다.

결국 예수는 자신을 사람의 아들이라고 부름으로써, 자신을 한없이 낮추어 역사 속에서 점진적으로 인간을 찾아오신 인간 예수를 나타내셨고, 인간의 약함을 누구보다도 잘 아시고 그 약함을 끌어안으신 연민과 사랑의 하나님을 드러내셨으며, 삶과 고난과 부활과 재림의 신비스러운 예수 그리스도를 역설적으로 선포하셨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