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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마음 정복

정 명 숙 / 시인

"인간은 현재 스스로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 있다." 번개다. 신선하다. 가까운 미래에 사람이 신처럼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담긴 유발 하라리(Yuval Harari)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 교수의 저서 '사피언스' 에 나오는 내용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빌 게이트가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그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모국으로 돌아가 히브리대 역사학 교수직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우연하게도 좋은 교육환경과 좋은 거주지역 그리고 좋은 직장을 찾다보니 항상 유대인들에 둘러 싸여 살아왔다. 아마 지금까지 내가 접하고 지내온 사람들 중 70~80%는 유대인들이었다. 어느덧 나의 사고방식은 유대인과 많이 닮아 있음을 배우고 스스로 놀랄 때가 많다. 탈무드에서 배웠듯이 그들은 자존심과 선민사상이 대단하다. 그런 정통 유대인이 타고난 특권에 안주하지 않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역사를 보고 연구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력과 예리함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많은 동물 중 한 종으로 살고 있다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이 종은 지구의 지배자, 생태계의 지배자가 되었다. 인간이 신이 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 인간의 역량은 대담하고 도발적인 과학혁명을 이룩하고 새로운 창조를 거듭하며 자연파괴를 서슴치 않는 무서운 괴물로 되어가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사피엔스의 역사는 세 가지 혁명으로 요약된다. 인지혁명(인간이 똑똑해진 시기), 농업혁명(자연을 길들여 인간이 원하는 일을 하게 만든 시기), 과학혁명(인간이 위험할 정도의 힘을 갖게 된 시기)이다. 교통수단, 전리품 그리고 예술은 인류를 변화시킨 첫 혁명인 인지혁명이다. 그 이후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가 탄생되었고, 그로 인해 집단과의 협력이 가능한 농업혁명에 돌입한다. 놀랄 만한 사실은 우리가 지금 식량으로 삼고 있는 가축과 농작물은 고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과학혁명은 500년 전에 일어났다. 이는 자본주의 성장과 세계화, 에너지 생산과 소비확대, 환경파괴를 불러 왔고, 250년 전의 산업혁명, 50년 전의 정보혁명을 가져왔다. 생명공학혁명이 그 뒤를 이어 현재 연구와 실험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렇게 인류의 환경과 신체에 관한 많은 혁명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인간의 감정과 욕구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저자는 과학혁명의 후속편인 생명공학이 결국 다다르는 곳은 '길가메시 프로젝트'라고 주장한다. 길가메시는 죽음을 없애버리려 했던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영웅이다.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인류는 몇 세기 지나지 않아 사라지고 생명공학적 신인류, 영원히 살 수 있는 사이보그로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과연 영원한 생명이 더 큰 행복을 가져올까. 인간의 행복이 물질적 환경과는 큰 상관이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인간은 무한한 지적능력을 갖고 있지만 이 힘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능력은 미숙하다. 현대인들은 백세를 바라보고 있지만 과연 그들은 옛사람들보다 행복할까. 인간의 불멸이 실현된다면 과연 어떤 문제가 파생될까.

이 책은 분명 수억 년에 걸쳐 지구를 정복하고 지배해온 사피엔스를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는 지평선을 열어주는 뇌 자극제였다. 정보혁명에서 생명공학혁명으로 가고 있는 미래는 과연 어떤 세상일까. 지금까지는 원 클릭 정보망으로 편리한 세상을 이룩해왔다. 이제는 관심이 인간의 몸과 뇌와 같은 내부세계로 돌려 노화를 정복하고 생명연장 치료와 같은 바이오텍으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 몸의 빌딩블럭은 세포다. 세포의 평균수명은 3개월인데 이를 2~3배로 연장해도 인간의 감정과 욕구 또한 2~3배로 늘어날까. 인류는 지금까지 지구를 정복해 왔고 현재는 인체를 정복하는 중이고 마음 정복은 다음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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