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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권위주의 정치가 '붐'이다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북한에 갔다가 간첩으로 몰린 뒤 혼수상태로 돌아온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최근 목숨을 잃으면서 북한 정부의 인권 침해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의 인권 침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여전히 최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일단 북한은 인권 상황을 고발하거나 파헤칠 수 있는 언론의 기능이 상실된 나라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 자유 순위에서 올해 북한은 180개 국가 중 꼴찌였다. 2016년에는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라는 인구 479만 명의 독재국가가 180위를 했는데 올해는 북한이 꼴찌로 내려갔다. 언론 자유 순위는 비민주적인 국가들이 당연히 뒤에 있다. 중국 176위, 쿠바 173위, 사우디 168위, 이란 165위, 러시아 148위 등이다. 지난해에 비해 두 계단 하락한 미국(43위)과 7계단 상승한 한국(63위)도 그다지 자랑스런 순위는 아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재단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94개 나라가 비민주적인 정권 아래에 있다. 인구로 따지면 39억9000만 명이다. 전 세계 인구(75억1300만 명)의 53%다. 아직 지구촌은 민주사회가 확실히 아니다.

세계 체스 챔피언으로 유명했던 인권재단의 가리 카스파로프 의장은 올해 초 기고에서 "요즘 권위주의 사업 '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권위주의 정치가 세계 곳곳에서 점점 더 힘을 얻고 있으며 이는 인류의 파멸을 부른다는 걱정을 했다. 권위주의 정치는 일방적.강제적으로 위로부터 아래로의 지배 관계를 만든다. 특히 국가 안보를 내세우며 권위를 거부하고 복종하지 않는 사람들을 공격한다. 카스파로프는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반대한 '반정부' 인사다.

민주국가들의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한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과 이란 등의 인권 침해에는 강경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대해서는 관대하다는 비판도 있다. 서로 얽힌 정치권의 이해 관계 때문이다. 인권 향상을 위해 설립했다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대선 후보 부부의 재단은 권위주의 정권들로부터 엄청난 기부를 받았다. 특히 미국이 입을 다무는 권위주의 국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다. 미국의 공화.민주 양당 모두 석유와 무기 판매를 인권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미 정부는 최근 군수업체들의 세일즈맨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사우디와 1100억 달러 규모의 무기 거래 계약을 했다. 또 극단주의 무장세력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사우디가 앞장서 관계를 단절한 카타르에게도 120억 달러 규모의 전투기 판매를 승인했다. 이들은 물론 모두 민주주의가 자리 잡지 못한 왕국들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8억3600만 명이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7억8300만 명은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6500만 명은 전쟁으로 난민이 됐다. 그리고 1994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2억1800만 명이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었다. 권위주의 국가들이 '붐'을 이루면 이와 같은 지구촌의 비극은 더 심해진다. 더구나 자유세계를 대표한다는 미국 정부의 권위주의가 현 행정부에서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적 제도를 갖췄다고 해서 반드시 민주주의가 실현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직접 경험했다. 또 낡은 제도를 바꾸려고 애쓰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퇴보한다는 사실도 느꼈다.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북한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막을 방법을 찾는 동시에 미국의 대내외 인권정책도 잘 살펴야 한다. 권위주의에 한층 가까이 가고 있는 현 대통령과 정부에게 올바른 인권정책을 바라기는 힘들다. 하지만 미 국민들은 여전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를 뽑고, 감시하고,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미 국민의 권리인 동시에 인류를 위한 의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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