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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교차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이기희 / 윈드화랑 대표·작가

결혼식은 장사가 아니다. 이해타산에 잔머리 굴려서도 안되고 이문을 남겨서도 안된다. 남의 이목을 위한 장식용 이벤트도 아니고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겉치례 쇼는 더더욱 아니다. 결혼은 사랑하는 두 인격체가 맺는 건전한 출발이다. 나는 지난 주말을 감격과 떨리는 흥분으로 보냈다. 늦둥이로 태어난 금지옥엽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막내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다. '참석'이라고 한 이유는 모든 결혼식 준비가 아들과 아들의 여인에 의해 기획됐기 때문이다.

결혼식 일정표를 e메일로 받은 날은 놀라서 기절할 뻔 했다. 3박 4일 결혼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는데 세상에! 내 평생 이런 결혼식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참석자 명단은 18명. 결혼식 장소는 토리 파인 골프장이 보이는 절벽 위, 뒷 배경은 태평양이다. 피로연은 오픈하우스 겸 새 집에서 친구들 하고 타코트럭을 불러서 한다나.

요즘은 스몰웨딩이 대세라지만 결혼식장만 안 빌리지 특별한 장소 대여비와 이벤트 비용까지 합하면 그 액수가 만만치 않다. 이건 스몰웨딩이 아니라 '신랑신부 가족 재결합 파티' 라고 할까. 3박 4일을 신부집 식구들과 먹고 마시고 친해졌다. 추정컨데 총 지출비용은 5000달러 정도. 절벽 꼭대기에서 결혼하는 아들 생각에 맘이 시큰둥한데 아들은 공짜고 아름답다고 자랑했다. 둘이 하이킹 다니며 발견한 장소다.

토리 파인은 캘리포니아가 멕시코령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첫 해 국경 조사원이던 찰스패리가 특이한 소나무을 발견하고 권위있는 식물학자인 토리(Torrey)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희귀 소나무다. 바다의 여유로움과 절벽의 야성을 겸비하고 있는 토리 파인은 타이거 우즈가 어릴 적부터 각종 상을 받은 곳으로 유명하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이 있을까. 어느 위대한 화가도 살아 퍼득이는 파도와 깎아세운 자연의 아름다움 담지 못할것이다. 손수 적은 사랑의 언어를 읽을 때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사진은 삼촌 친구가 무료 봉사. 스스로 신부화장 하고 70불 주고 빌려입은 단아한 웨딩드레스는 이 세상에서 내가 본 어떤 드레스 보다 고귀하고 순결했다. 결혼 비용 아껴서 둘은 새로 산 집 리모델링에 투자 했다. 태평양을 배경으로 선 두 청춘 남녀는 넓고 포근하고 소나무 처럼 당당했다. 철없이 어리광 부리던 내 아들을 누가 이토록 야무지고 단단하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사랑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고 모든 것을 극복한다. 남에게 폐 안 끼치고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단 하나뿐인 결혼식에 초대해 준 아들 부부에게 감사한다.

"잘 준비되고 아름다운 멋진 결혼식에 초대해 줘서 고마워. 결혼식은 간결했지만 우아했고, 친밀하고 사적이며 의미 깊고 진실했다. 웅장한 대자연 앞에서 손수 써서 주고 받은 사랑의 서약은 가슴을 적시게 했다. 항상 웃음과 사랑이 넘치고 자손 번창 하는 행복한 가정 이루기를 축복한다"라고 며느리에게 적어 보냈다.

잘 살아라 아들, 고맙다 내 며느리. 두 발 단단히 땅에 딛고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큰 나무로 뿌리 내리거라. 너희 힘으로 힘차게 잘 살아라. 그리고 하늘 끝까지 날아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너희 만의 진실된 세상을 꿈꾸어라. 사는게 허전해지는 날엔 너희의 힘든 등을 기댈 부모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아라.

너희와 우리는 영원히 하나다. 비록 떨어져 산다해도 우리의 기도는 너희들이 잠든 시간에도 북극성으로 빛나 길 위에서 길이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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