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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 스토리] 어떻게 고르고 어떻게 즐길까

배문경
법무법인 김앤배 공동대표변호사·Wine Scholar Guild 정회원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8월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더위가 덜하고 훨씬 선선하지만 그래도 여름은 여름이다. 이때쯤 누구나 한번쯤 찾는 곳이 노래가사처럼 '별이 쏟아지고' '젊음이 숨쉬는' 해변이다. 그렇다면 수영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에 들어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어떤 와인을 선택하고 어떻게 즐길까 하고 고민에 빠지고 비결은 없을까 궁금해 한다. 바로 그때 적합한 말이 '수영을 잘 하려면 물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다양한 와인을 많이 마셔보는 것 만한 와인 선택 비법이 없다. 다양한 와인을 접해야 와인에 대한 '눈'이 뜨이는 것이다. 그래도 비결이 필요하다면 몇가지 기본적인 상식을 알고 응용하면 와인을 훨씬 잘 선택하고 멋드러지게 즐길 수 있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비법은 상술에 속지 말라는 것이다. 백화점을 찾으면 '한정판' '매니저 추천 상품'이란 말을 많이 접하고 식당을 찾으면 '오늘의 셰프 추천 요리'라는 팻말을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가 '희소성'과 '원조' '장인' 등의 단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와인과 스페인 와인을 고를 때 종종 '리저바(RISERVA)'라는 라벨을 단 경우를 볼 수 있다. 이 라벨은 좀 더 숙성시키고 오크통을 좀 더 써서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비싼 돈을 들이거나 소장할 정도의 가치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와인가게에서 '셀러 실렉션' '캐스크 서치 앤 서치' 등의 문구가 묻은 와인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너무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이탈리아 와인을 고를 때 궂이 리저바를 택하여 비싼 돈을 투자할 정도의 가치는 없다.

그렇다면 와인을 고를 때 빈티지를 봐야 할까, 생산자 즉 와이너리를 보고 골라야 할까. 정답은 생산자다. 생산자가 포도 재배 지역이나 포도밭보다 더 중요하다. 어느 곳에서 생산되든 와인 제조업자의 능력을 살피는 것이 좋은 와인의 훌륭한 요소가 된다. 훌륭한 와인 제조업자의 오랜 경험보다도 더 중요한 요소는 없다. 만약 훌륭한 와인업자의 값비싼 와인을 살 수 없다면 그 업자의 적당한 가격의 와인을 선택하면 후회하지 않는다.

와인을 마시는 잔은 어떤 잔이 좋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어떤 잔이 좋을까 헷갈릴 때는 가능한 한 큰 글라스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와인은 후각과 미각이 함께 하고 시각까지 동반된다고 할 수 있다. 글라스가 클수록 와인과 공기가 접하는 면적이 커지면서 훨씬 더 훌륭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또 면적이 넓을 수록 와인의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와인 애호가들은 대부분의 와인, 대부분의 장소에서 큰 와인글라스를 권한다.



처음 와인을 접하는 사람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와인의 온도다. 대부분 와인은 화이트 와인이나 레드 와인을 불문하고 불특정한 온도에서 서빙됨으로써 제맛을 잃게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화이트 와인은 너무나 차갑게 서빙되는 경우가 많아서 심하면 얼얼함이 베어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차가움이 와인 특유의 향을 없애고 와인 고유의 델리케이트한 맛을 느끼기 힘들다. 반대로 레드 와인은 상온과 비슷한 온도로 서빙되는 경우가 많다. 차지 않거나 따뜻하게 마시면 와인의 힘이 풀리고 맛이 없다. 니맛도 내맛도 아닌 정체불명의 와인맛이 되는 것이다. 모든 와인은 선선하게 보관하고, 서빙하는 것이 정답이다. 와인글라스에 뿌연 안개가 낄 정도로 차가워서는 안되며, 신선함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차가워야 한다. 보통 화이트 와인은 섭씨 7도에서 10도, 레드 와인은 섭씨 10도에서 13도 사이에 서빙하면 좋다.

과연 와인을 마셔야 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까. 즉 와인을 언제 마셔야 가장 뜻깊게 마시는것이냐 하는 것이다. 내 친구가 5대 샤토의 와인을 사서 특별한 때 마시겠다고 보관했다. 그 친구의 아들 결혼식 때 와이프가 그 와인을 마시자고 하자, 그 친구는 '그건 매우 특별한 때를 위해 아끼고 있어'라고 말했단다. 특별한 때는 오지 않을 수도 있고, 와인이 너무 늙어버릴 수도 있다. 너무 아끼기 보다는 와인의 특성을 고려해서 내가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가 그날이다. 마시는 날이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와인은 잔에 따를 때 레드 와인은 3분의 1정도, 화이트 와인은 3분의 2정도, 스파클링 와인은 4분의 3정도를 채우며, 일반적으로 와인글라스의 볼록한 부분의 아래까지만 따르는 것이 예의다. 또 와인을 마실 때는 바닥이 드러나게 다 마시면 실례다. 바닥을 드러내면 그만 마시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와인을 받을 때는 한국에서 술잔을 받을 때 처럼 두손으로 잔을 들어서 받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 위에 그대로 두고 받아야 한다. 잔도 길고 와인병도 길기 때문에 잔을 들어 받으면 따라주는 사람은 더 높이 병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 와인잔으로 건배할 때는 잔을 살짝 든 뒤, 볼록한 부분을 살짝 부딪혀야 한다. 소주잔을 건배할 때처럼 끝부분을 부딪히면, 와인글라스가 부서진다.

와인을 고르는 법, 와인의 본래 맛을 최고로 유지하는 법, 와인을 마실 때의 에티켓을 간단하게 알아봤다. 미국 속담에 카네기홀에 선다는 사람에게 카네기홀 가는 법을 아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이 질문을 받은 사람은 어리둥절해 하며 카네기홀이 어디 어디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간다고 대답한다. 그때 이 질문을 던진 사람은 말한다. '프랙티스, 프랙티스, 프랙티스'. 연습만이 카네기홀로 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와인을 자주 접하는 것만이 와인을 멋지게 즐기는 지름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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