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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나쁜 사람, 틀린 사람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

초등학교 과학 수업 시간 때 일이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지구가 평평하지 않고 둥글다는 것을 가르쳐주시려고 여러 가지 설명을 하셨다. 바다에 떠있는 배가 멀리서 다가올 때 처음에는 배의 돛이 먼저 보이고, 다음에는 배의 전방 부분, 나중에는 배 전체가 보인다. 이는 바로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우리 눈에 배가 돛-전방-전체의 순서로 보인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것이 그럴듯한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생님이 달에서 찍은 푸른 모습의 둥근 지구 사진을 보여주시자 더 이상 학생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지구는 실지 둥근 것이다. 지구 밖에서 지구를 보게 되니, 지구의 본래 모습이 보이게 된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사고와 말, 행동이 바로 '나'라는 틀에 갇혀서 사물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나'를 중심으로 하는 사고와 행동은 고통의 근본 뿌리가 된다.

옛날 중국의 한 시장에서 어떤 사람이 물건을 대낮에 훔치다 잡혔다. 포졸이 "주변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 대낮에 어떻게 물건을 훔치려고 했냐?"라고 묻자, 도둑은 "그 물건이 하도 갖고 싶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주변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오직 그 물건만 보였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렇듯, '나'라는 생각 혹은 '욕심'에서 비롯된 사고의 '틀'로 인해 우리는 바르게 보고, 바르게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원불교에서 존경받는 한 교무님의 이야기이다. 그 교무님의 아들은 신체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이 병은 유전자 변이로 생기는 병이어서 치료할 수 없는 병이었다. 그러나 교무님 부인은 그 아들이 나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계속 하고, 어떤 때는 대체 의학을 찾기도 하고, 심지어 아들이 나을 수 있을까 궁금해서 점집에 찾아가기도 했다. 교무님은 이러한 아내의 행동이 어떤 때는 못 마땅했다. 그래서 어느 날 엄중하게 아내에게 "대도 정법을 믿는 사람이 점집에 가고 그게 무슨 짓입니까!"라고 다그쳤다. 그 말은 들은 교무님 부인은 조용해지더니 "저는 앞으로 교무님과 말 안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그 순간 교무님은 "아차, 내가 말을 잘못했구나! 아내가 상처를 많이 받았겠구나!"라고 생각했으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말이 되었다.



그 일이 있은 얼마 후, 교무님은 아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습니다. 우리 함께 아들 낫게 해달라고 기도합시다"라고 하며 기도를 시작했다고 한다. 몇 달 후, 부부의 기도 내용은 "우리 아들 행복하게 살 수 있게, 그리고 우리가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해주세요."라고 바뀌었다.

"대도 정법을 믿는 사람이 점집도 가고 그게 무슨 짓입니까! 당신도 알다시피 그 병이 낫는 병입니까?"라는 교무님의 말은 논리적으로는 맞다. 그러나 그 말은 내 입장에서, 나의 시비와 분별 속에서 나온 말이지, '절대' 진리의 말은 아닌 것이다.

우리는 흔히 '나쁜 사람'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 어원을 보면 '나쁜 사람'은 '나(I, ego)뿐인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는 흔히 '틀린 사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말의 어원은 어떤 '틀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라 한다. 어떠한 틀, 그것이 어떤 사상이든 어떤 개념이든 간에 무엇이나 고정되어 있는 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틀린 사람'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속에 어떤 고정 관념이 있으면 우리의 마음이 자유를 잃게 되고, 이것이 결국 모든 문제와 분쟁의 뿌리가 된다. 우리의 삶에서 사고와 말, 행동이 어떤 경우는 옳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틀릴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우리가 '진리'로 문제를 해결할 때나 '진리'적으로 사고를 할 때, 진리적인 말과 행동은 '나'가 없는 말과 행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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