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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과학] 2019년과 2001년
최성우 /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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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7/11/14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17/11/1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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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가 최근 국내 개봉해 화제를 모았다. 국내 흥행실적과는 무관하게 필자 같은 과학평론가나 SF 마니아들은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복제 인간의 자아정체성 찾기'라는 영화 주제는 큰 감흥을 주었다. 입체영상으로 구현한 인공지능이 인간 여성과 합체되어 주인공 남성과 사랑을 나누는 등의 몇몇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의 배경 역시 1982년 제작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원작 '블레이드 러너'와 마찬가지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다. 지난 원작 영화에서 묘사된 2019년의 LA는 첨단기술과 폐허가 공존하는 사이버 펑크(cyberpunk)적인 분위기였지만, 이제 불과 2년 뒤로 다가온 현실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늘 산성비가 내리지도 않고, 수백 층의 건물들 사이로 작은 우주선들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처럼 자유롭게 지나다니지도 않는다. 복제 인간은 과학기술적 차원을 떠나서 윤리적 측면에서도 허용될 수 없겠지만 이들을 활용하는 우주식민지 개척 역시 아직도 먼 이야기다.

과학기술 발전이 분야에 따라서는 SF물의 묘사나 당초의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80년대 영화에서 떠올려본 30여 년 뒤의 모습은 예상보다 너무도 더디다. 블레이드 러너만큼이나 명작으로 평가받으며 SF뿐 아니라 전 장르를 통틀어 10대 영화에 꼽히곤 하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가 제작된 68년에 묘사한 2001년도 벌써 16년이나 지났지만 예측대로 실현된 기술은 음성인식 보안장치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인류는 토성 탐사는커녕 그보다 훨씬 가까운 화성에도 아직 가보지 못했고, 장거리 우주여행을 위해 필요한 인공동면기술 역시 여전히 구상 단계다. 다만 승무원과 대화를 나누며 체스를 두는 모습이 인상적이던 인공지능 컴퓨터는 이제 바둑에서 인간 최고수를 이기는 수준에 도달했지만 영화의 할(HAL)9000처럼 자의식을 지니고 인간의 명령에 반하는 독자적 행동을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이 근래 자주 거론되고 있지만 당장에 삶의 모습이 SF영화처럼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성급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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