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데스크칼럼) 마음 속의 살충제

식탁에 밉상스런 오이가 올라왔다. 통통하고 긴 것은 좋은데 휘어져 있었다. 시장에서 사오는 날씬하고 반듯한 오이와는 달랐다.

아내가 가꾼 우리 집 조그만 밭에서 따온 오이였다. 밭에서 자란 오이는 물만 주고 슬러그 살충제도 뿌리지 않은 유기농 이어서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잘나지 못한 오이였지만 아내의 정성이 담겼고 유기농 재배여서 그런지 아주 맛이 있었다. 이미 우리 집 조그만 밭에서는 고추, 깻잎, 토마토 등이 자라 이번 여름 식단을 풍성하게 하고 이웃들과도 나누는 아름다움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현재 살충제 계란 파동이 크게 일고 있다. 산란계 농가에서 진드기를 죽이기 위해 살충제를 뿌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친환경 농장들마저 살충제를 뿌렸다니 소비자들은 불안해 계란을 먹지 않고 음식점 요리에도 계란이 사라졌다고 한다.



여름철 즐겨먹는 냉면부터 김밥, 비빔밥에 계란이 안들어 간다면 무슨 맛일까? 더구나 살충제 계란을 먹을 경우 인체에 얼마나 해로울지 걱정된다.

시애틀도 공원과 골프장에 매년 해로운 잡초제를 살포하고 있는 것이 보도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건강과 환경을 위해 산란계 농가나 공원과 골프장에 농약이나 살충제를 뿌리지 않아야 하지만 특히 우리들 마음에도 이같은 해독물질들이 뿌려지지 않아야 한다.

마음의 텃밭에 독성물질이 뿌려질 경우 자신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12일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집회로 인해 32세 헤더 헤이어 여성 등 3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다친 사건 이후 인종혐오 단체들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는 증오단체가 총 900개나 있으며 워싱턴주에도 4개 백인 우월주의 단체, 2개 신 나치, 2개 KKK 등 21개의 증오 단체들이 있다.

홀로코스트에서 유대인 600만 명을 살해했던 나치와 흑인들을 테러하는 KKK를 신봉하는 단체들이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마저 이들을 명백히 비난하지 않고 있어 미국의 장래까지 걱정된다.

지난 7월에도 우리가 살고 있는 시애틀에서 조차 한인 마커스 최씨가 동네로 산책을 나갔다가 30대 백인 남성으로부터 아시안 혐오성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증오단체들은 개인의 마음에 다른 인종들을 미워하고 무시하고 심지어 제거하고 싶어 하는 살충제나 농약 같은 독성들이 뿌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악한 마음은 실제로 행동으로 나타나 살인, 폭행까지 자행할 위험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백인뿐만 아니라 유색인종들이 함께 살고 있는 곳이며 모두 함께 노력해 현재와 같은 번영과 민주주의를 누리게 되었다는 것을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깨닫고 백인이 타 인종 보다 우수하다는 교만함을 버려야 한다.

지난봄에 집 뒤 공터에 잡초 제거제를 뿌렸더니 얼마나 독한지 아직까지도 풀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내가 가꾸는 밭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고 여러 채소가 자라나고 벌과 나비들이 날아오고 있다.

농약이나 살충제를 뿌리지 않고 요즘처럼 거의 2달이나 비가 오지 않은 가문 날에도 매일 물을 주고 가꾸는 아내의 사랑과 정성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독극물들이 뿌려진 곳에는 아무런 결실도 없지만 아름답고 선한 것들을 심으면 좋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우리 마음의 밭에도 증오보다는 사랑을, 투쟁보다는 평화를, 교만보다는 겸손을 심어야 하지 않을까?(이동근 편집국장)


이동근 편집국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