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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시애틀의 설날

한국에서 큰 누님이 카톡을 보내왔다. 시애틀 동생에게 설날을 알려주기 위해서인지 한복을 모두 입은 가족사진을 함께 보냈다. 딸만 3이었고 시집못간 큰딸이 있어 걱정했던 누나인데 이젠 사위 3명이 있고 벌써 손주들이 5명이다.

색동저고리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어린 손주들의 예쁘고 귀여운 모습뿐만 아니라 큰 누나와 매형의 너무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함께 기쁘다. 그러나 큰 누님은 사진은 까치 설날에 찍은 것이라며 설날에는 딸 3 모두 시댁으로 간다고 알렸다.

설날 전날에는 친정댁에 모이고 설날에는 시댁에서 모이는 것이 지혜롭고 합리적인 것 같다.

역시 한국에 있는 남동생도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의 설날에는 5남 2녀 형제들이 각자 집에서 자녀들과 함께 설을 보내고 있다며 카톡에 “설날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그림을 보냈다.



오늘 28일은 우리 한민족 고유 명절인 설날. 한국에서는 4일 황금연휴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고 미국으로 여행까지 오는 사람도 있지만 미국 이민생활에서는 설날도 없이 오늘도 쉬지 않고 일터에서 하루 매상을 걱정하는 한인들이 많다.

그러나 이처럼 한국에서 카톡으로 설날 소식을 보내오면 새삼 고향의 설날이 떠오른다. 어릴 적 설날은 새 옷을 입고 새 신을 신고 부모님에게서 세뱃돈도 받는 즐거움이 있었다. 며칠 전부터 가슴 설레며 기다렸다.

어머니와 누나들은 막 방앗간에서 가져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긴 하얀 가래떡을 칼로 썰어서 떡국을 만드셨고 아름다운 무늬가 있는 절편 떡과 과일 등으로 차례상이 푸짐했다.

어린 우리들이 부모님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만수무강 하세요” 하며 큰 절을 드리면 부모님은 세뱃돈을 주시고 “공부 잘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라”라고 덕담하시며 기뻐하셨다.

아버지는 또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동네의 친지 어른들을 찾아가 세배를 하도록 했다. 우리는 동네에 나가 딱지치기, 구슬치기, 팽이치기, 제기차기로 신나게 놀았다. 어른들은 멍석 위에 윷놀이 판을 벌였고 예쁜 한복의 누나들은 널뛰기를 했다.

그후 대학과 직장으로 서울 생활을 했어도 설날이 되면 모든 가족들은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 전주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고향으로 가는 버스표를 사기위해 며칠 전부터 줄을 서야 했지만 고향집 문을 열며 반기시던 어머님과 아버님의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고 그립다.

아름답고 정다웠던 고향의 설날이 30년전 미국에 온 후 사라져 아쉽다. 그래도 자녀들에게 설날을 가르쳐줘서 한복을 입지 않아도 세배를 받을 수 있는 것만 해도 기쁘다.

시애틀,벨뷰 통합 한국학교에서 우리 2세, 3세 자녀들에게 설날 세배도 하게 하는 행사를 매년 하고 있는데 참 잘한 일이다.

현재 한국은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문제로 매일 시끄럽다.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반 이민, 보호무역 정책 등 미래가 불확실해 우려되고 있다. 겨울철 춥고 어둡고 비오는 좋지 않은 날씨로 우울증까지 앓고 있는 한인들도 있다.

많은 한인들이 매일 스트레스를 받는 이민생활이지만 설날이 되니 새삼 정겹고 아름다웠던 고향의 설날이 생각되고 카톡방으로 한국의 형제들과도 사진까지 교환하고 안부를 알 수 있으니 뭔가 훈훈해진다.

올해도 가보지 못하는 고향 설날이지만 우리 다시 한번 가슴 설렜던 고향의 설날을 기억하고 음력으로 다시 시작되는 새해를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열심히 뛰어보자.(이동근 편집국장)


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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