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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법 위에 아무도 없다”

“대통령이나 그 누구도 법 위에 없다” (no one is above the law. Not even the President) 밥 퍼거슨 워싱턴주 법무장관이 3일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렇게 시작 된 첫 문장은 짧았지만 가장 강력하게 눈에 들어왔다. 퍼거슨 장관은 지난 1월30일 주정부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며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날 시애틀 연방 지방법원 제임스 로바트 부장판사가 받아들였다고 기쁜 소식을 바로 알려왔다.

또 이 판결로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과 비자 발급을 90일동안 금지하고 난민 입국을 120일 동안 불허한 트럼프 행정명령 효력이 미국 전역에서 잠정 중단되었지만 앞으로 영구히 중단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것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나 매우 좋은 첫 챕터"라고 끝을 맺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시애틀로 들어오려던 사람들이 억류되자 시택공항과 시애틀 다운타운에서는 수천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트럼프의 강력한 행정명령을 일순간에 시애틀 로바트 판사가 제지시킨 것은 더 큰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워싱턴주가 이에 굴하지 않고 미국에서 제일 먼저 소송을 제기해 승리한 것은 기쁜 일이었다.

2차 대전 때는 시애틀 지역 일본인들이 격리 수용된 인종 차별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애틀과 워싱턴주는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준 쾌거였다.

트럼프는 취임 후 멕시코 장벽건설, TPP 탈퇴 등 충격적인 행정명령들을 마구 내렸다. 아무도 제지 못할 제왕적인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첫 제동이 걸린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에 이어 9일에는 샌프란시스코 제9연방항소법원에서도 항소가 패소되는 연패를 당했다. 판사 3명의 만장일치 판결이었다.

이같은 사법부 판결을 보면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고 있는 견제와 균형의 3권 분립이 생생하게 지켜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특히 시애틀 제임스 로바트 판사가 트럼프와 같은 공화당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임명됐으며 보수 성향이라는 점에서 그가 당이나 정치권력을 초월해 법과 양심으로 소신껏 판결을 했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독립성을 칭찬한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가 아무리 협력해도 사법부가 독립성을 유지하며 민주주의 헌법을 지키는 최후 보루가 되고 판사가 헌법 수호자로 있는 이상 그 어떤 대통령도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밝은 미래조차 보인다.

결국 연방 대법원에서 판결이 되겠지만 우리는 대법원도 대통령의 위협이나 정권에 좌우되지 않고 현명한 판결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

독재자 같은 트럼프에게도 굴복하지 않는 시애틀 로바트 판사와 항소법원 판사들의 용기와 소신을 보면서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시끄러운 한국이 생각났다.

특검 수사를 보면 한국은 아직도 법 위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있다. 실세들의 많은 위법 사례를 보면서 법 위에 청와대, 그 위에 대통령, 그 위에 최순실이 있는 것같아 분개된다.

현재 헌재에서 탄핵심판을 하고 있는 가운데 탄핵 찬반 단체들이 시위를 하고 압력을 넣고 있을 지 모르지만 헌재 재판관들도 미국 판사들처럼 헌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해야 한다.

“대통령이나 그 누구도 법 위에 없다” 라는 밥 퍼거슨 장관의 이메일을 나도 헌재 재판관들에게 보낸다.(이동근 편집국장)


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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