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영화 이야기]각자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데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과 ‘딥워터 호라이즌’을 보고

오늘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난영화 두 편을 본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Sully)’

2009년 1월 15일 뉴욕 라과디아공항을 출발한 US항공 1549편에 새떼가 날아들면서 양쪽 엔진 모두가 동력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다. 42년 경력의 베테랑 기장 체슬리 ‘설리’ 설렌버거 (탐 행크스 분)는 지상 관제탑의 인근 공항으로의 회항 지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허드슨강 위로 비상착수를 시도한다. 기장의 경험과 관록에서 나온 정확한 상황 판단과 결행, 부기장과 여승무원들의 일사불란한 대응, 거기에 경찰구조대와 통근선박의 신속한 협조로 탑승자 155명 전원이 무사히 구출되는 기적을 이룬다. 설리는 모두가 구조선에 오른 다음, 물이 차오르는 비행기 속을 다시 한 번 둘러보고 제복과 비행일지를 챙겨 비행기를 떠난다. 매스컴과 대중의 엄청난 환호 속에 기장 설리는 국민영웅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비행기를 포기한 설리의 결정 때문에 큰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 항공사와 보험사는 그의 선택이 못마땅하다. 곧바로 국가운수안전위원회에서 기장 설리의 판단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잘못된 판단으로 경제적 손실 외에 승객들을 위험한 상태로 몰아넣었던 건 아닌지 조사가 진행되면서 설리도 자신의 결정에 대해 의심을 갖게 된다.



‘딥워터 호라이즌 (Deepwater Horizon)’

2010년 4월 20일 미국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유정 폭발사고를 그린 영화다. 선원 126명 중 11명이 사망하고 약 8억 리터에 달하는 기름이 유출됐다.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는 무리한 작업으로 이미 불안정한 상태다. 선장 지미 (커트 러셀 분)와 기술책임자 마이크 (마크 월버그 분)의 경고와 항의에도 불구하고 BP 본사에서 파견나온 관리역 돈 (존 말코비치 분)은 시간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적정한 안전점검 과정을 무시한 채 작업 강행을 요구한다.

결국 우려했던 사태가 발생, ‘딥워터 호라이즌’호는 폭발과 함께 거대한 화염에 휩싸인다.

두 영화 속 사건들은 상반돼 보인다. 하나는 불가항력에 가까운 사고인데 반해 후자는 명백한 인재다. 그리고 하나는 비교적 해피엔딩이라 볼 수 있지만, 다른 하나는 최악의 참사를 야기했다. 그러나 두 사고 속에는 공통된 감동들이 살아 있다. 각자가 맡은 자리에서 할 일을 다 한다는 점, 그리고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도 승객을 먼저 탈출시킨 후에야 승무원, 부기장, 기장 순으로 탈출하는 모습, 정신조차 가누기 힘든 상황 속에서 안전수칙 대로 구호를 연호하는 스튜어디스들, 화염 속에서 큰 부상을 당한 몸으로 최후까지 배를 지키려는 선장, 함교에 남아 피해를 줄이려 안간힘을 쓰는 어린 여선원, 여럿의 생명을 위협하는 구조물을 제거하기 위해 화염에 싸인 크레인으로 뛰어올라가는 크레인 기사,……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건 탑승자 전원 구출이란 기적을 연출해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설리에 대해 지체없이 정당성 여부를 조사하는 그 냉정하고도 굳건한 시스템이었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를 연출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일관된 주제를 추구하는 뚝심과 뻔함을 갖고도 긴장과 감동를 자아내는 노련함에 다시 한 번 경탄한다.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