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한 과학자의 세상보기]비타민C 바이타민C (1)

연초에 과학기사들을 살펴보다 보니 바이타민C와 감기에 관한 최신연구기사가 눈에 뜨였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번에 소개하겠지만 감회가 새롭다. 1991년 7월 27일 우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날 무얼 먹고 뭘 입고 있었는지까지는 모르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책을 한권 읽고나면 책 뒤에 날짜와 장소 그리고 간단한 소감을 적는 게 습관인데 이날도 책 한 권을 마쳤던 모양이다. 이 책이 바로 라이너스 폴링 (Linus Pauling) 박사의 1970년 작 <비타민c과 감기, vitamin c and the common cold> 이다.

종이가 누렇게 변한 나의 <비타민 c와 감기> 는 한국의 과학도라면 몇 권씩 갖고 있던 전파과학사의 현대과학신서 문고 중 75번째 책이다. 1200원이라고 찍혀있으니 $1짜리 책이었던 셈이다. 이런 과학도서들은 수익성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저렴하게 만든 책이지만 그래도 문고에 포함된 책들의 면면을 보면 출판사 측과 번역자분들이 합심해서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 30여권 갖고 있지 않나 싶은데 지금까지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읽을 때는 좀 이상했던 것이 지금 보니 뭉클한 것이 한가지 있다. 전파과학사가 과학도서 출판사업을 개시한 것이 1970년대 초이다. 앞으로 유학을 간다든지 할 가능성이 높은 과학도들을 위한 책이라 그랬던지 지명이 오리건, 쉬카고, 프린스튼, 란든, 캘리포녀(!) 같은 식이다. 1970년대에 오렌지 대신 ‘오륀지’라고 쓴 격이다. 1991년에 읽을 때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과학도들을 위해 애써 원어발음에 가까운 번역으로 문고를 펴냈던 그분들의 혜안을 느낄수 있다. 미국에서는 비타민이라고 하지 않고 보통 바이타민이라고 한다. 어원은 생명을 뜻하는 바이탈(Vital)이다. 굳이 런던을 란든으로 캘리포니아를 캘리포녀라고 쓴 분들이 1976년 초판을 내면서 제목을 널리 알려진 비타민C로 할지, 아니면 바이타민C할지 고심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저자인 라이너스 폴링 박사는 퀴리 부인, 존 바딘, 프레드릭 생거와 함께 노벨상을 두번 수상한 단 네명의 과학자 중 한명이다. 그중에서도 두 가지 분야에 걸쳐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그와 퀴리 부인, 단 두 명뿐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생화학자로서 노벨화학상 (1954)을 수상한 그는 반핵 및 평화운동을 펼친 업적으로 노벨평화상 (1962)을 수상하였을 정도로 의식 있는 분이기도 했다.



노벨상 2회 수상자뿐 아니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 20명 중 한명으로 여겨지는 그가 열정을 가지고 바이타민C와 감기의 연구에 뛰어든 것은 그가 65세 때였던 1966년의 일이었다. 그의 연구는 이후 바이타민C와 독감, 그리고 암과 건강일반으로까지 확장된다. 비타민C를 꾸준히 섭취한 덕분인지 폴링 박사는 94세까지 장수하였다.

이 칼럼에서도 이미 두어번에 걸쳐 감기 (Common Cold)를 다룬적이 있다. 에이즈나 에볼라 바이러스가 무섭다지만 진화학적으로 보면 감기 바이러스야말로 승리자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효과적인 약이나 백신을 만들기가 어렵다. 쉽게 말해 가늘고 길게 사는 녀석이랄까.

우리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감기약도 못 만들면서 암치료제를 만들겠다는 건가’하고 농담을 하는데 아직도 제대로 된 감기치료제라는 것은 없다. Drug Store에 쌓여있는 ‘감기약’들은 증상완화제에 불과하다. 1970년에 폴링 박사가, 그리고 2017년 벽두에 후배과학자들이 보는 감기와 바이타민C의 관계는 과연 어떤 것일까? (다음편에 계속)




최영출 (생명공학 박사)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