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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에세이] 뒤라스의 소설 ‘연인’

프랑스의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생전에 활발한 저작 활동을 벌였다. 1984년에 발표한 자전적 소설 ‘연인’은 그녀의 48번 째 작품이다.

1929년 고향에서 휴가를 즐긴 15세의 소녀는 사이공에 있는 기숙학교로 돌아오기 위해 배를 타고 메콩 강을 건넌다. 그녀는 어렸지만 나이에 비해 성숙했다. 민소매에 가슴이 깊이 파인 명주 드레스를 입고 금으로 장식된 신발을 신고 멋을 부렸다. 뱃전에 있는 그녀에게 27세의 한 중국 청년이 말을 걸어왔다. 그는 막대한 부자 상인의 아들이었다. 도착지에는 운전수가 달린 리무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거기에 압도되면서 즉시 반하고 말았다. 그는 소녀에게 집까지 데려 주겠다고 제안한다.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그것은 그녀가 성적으로 눈을 뜨는 계기였다.

소설에서 그녀의 아버지는 조울증을 지닌 파산한 홀아비였다. 그녀의 기숙학교 생활은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캄캄한 앞날을 자기 혼자의 힘으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그녀는 중국 남자와 은밀한 관계를 맺고 그의 정부가 된다.

작가가 실제 경험한 지 55년이 지났는데도 첫 키스의 경험을 기술한 것은 마치 엊저녁에 일어난 것 같이 생생하다. “그날 밤 레오는 내 입에 처음으로 키스를 했다. 나는 내 입술에 서늘하고 축축한 접촉을 느꼈다. 나는 내 입속을 침으로 씻으려고 했다 침을 내 손수건에 내 뱉었다. 그리고 손수건으로 네 입술을 문질렀다. 그러나 결코 충분하지 않았다. 결코. 나는 아직도 레오의 침이 내 입속에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침을 계속해서 뱉었다. 쉬지 않고. 나는 강간당한 기분이었다. 더러운 것이 내 입속을 침범했다. 내 영혼이 농락당한 것이다.”



그들의 관계를 알게 된 남자의 아버지는 이들의 결합을 결사반대했다. 아버지의 강권으로 인해 마침내 남자는 부인으로 중국인 여성을 맞아들이고 주인공 소녀는 프랑스로 돌아간다.

그래도 그녀는 이 관계에서 심리적이나 신체적으로 만족을 얻었다. 그 시대 사회적, 인종적 견해로 볼 때 비록 남들의 눈에는 돈 많은 남자와 젊은 첩 사이의 불륜으로 비췄겠지만. 남자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은 틀림이 없다. 그녀가 그것을 깨닫게 된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소설을 이렇게 끝난다. “전쟁이 끝난 후, 그러니까 우리들의 결혼, 아이들, 이혼, 책 출간 등이 지난 후 그는 부인과 함께 파리에 왔다. 전화를 걸었다. ‘나요’ 그녀는 목소리만으로 그를 알아차렸다. 당신 목소리을 듣고 싶었소. 그녀는 말했다. 나에요. 헬로. 그는 전과 마찬가지로 신경이 날카롭고 겁이 질려 있었다.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에서 중국식 발음을 들었다. 그녀가 책을 쓴 것을 알고 있었다. 사이공에서 만난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남동생의 죽음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는 말을 잃었다. 그러더니 한참 후에 말을 이었다. 전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그녀를 사랑한다고.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 죽을 날까지 그녀를 사랑하겠노라고.”

이 소설은 영역 본이 148페이지에 불과한데다가 기술이 간결하고 쉬워서 영어에 능숙한 사람이면 하룻밤에 통독할 정도다. 1992년에는 영화로 나왔다.

목적 없는 인생에서 뒤라스가 도피한 것은 사랑, 아니면 알코올이었다. 그녀는 술을 마시자마자 중독자가 되었다. “여자가 술을 마시면 동물이나 아이들이 술을 마시는 것 같이 스캔들이 되지요. 여성 알코올 중독은 드물지만 심각한 문제입니다. 신성한 인간의 성품에 모욕이구요. 내가 내 주위에서 일으키는 스캔들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공공장소에서 정면으로 대결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저녁에 술집에라도 들어가려 한다면 나는 술 몇 잔을 미리 마셔야만 합니다.”

1980년부터 그녀는 안드레아스 스타이너란 남성작가와 동거하기 시작했다. 그는 38세나 연하였지만 그녀의 비서 겸 보호자 역할을 했으며 그녀의 전기를 썼다. 안드레아스의 권고로 여러 차례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지만 술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1982년 10월 그녀는 파리에 있는 아메리카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하여 집에 오면서 그녀는 자기 아파트에 수상한 사람들이 잔뜩 있다고 주장했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망상 때문이었다. 안드레아스는 그렇지 않다고 설득했다. 설득이 먹혀들지 않자 안드레아스는 아파트 방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면서 가상의 침입자들을 쫓아내는 시늉을 했다. 뒤라스는 안드레아스와 동거생활을 계속하다가 1993년 파리에서 사망했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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