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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새로운 소재, 새로운 차원의 SF영화

‘컨택트’를 보고


‘그을린 사랑 (Incendies, 2010)’, ‘프리즈너스 (2013)’,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Sicario, 2015)’의 드니 빌뇌브 감독이 이번엔 SF영화로 돌아왔다.

원제가 ‘Arrival’인데 우리말 제목을 ‘컨택트’로 정했다. 둘 다 영화 내용에는 부합한다.

중국계 미국인 테드 창의 SF 단편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가 원작이다. 이 단편이 담겨 있는 동명의 소설집은 전혀 다른 차원의 소재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전개로 최고의 SF소설에게 수여되는 전세계 8개 상을 석권했고, 테드 창은 단 한 권의 작품집으로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SF소설 작가 중 한 명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원작이 훌륭하지만, 이를 영화화한 드니 빌뇌브도 천재 감독으로 꼽힐 만하다. 그의 차기작 ‘블레이드 러너 2049’ 또한 기대된다.





높이가 거의 500미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괴물체가 전 세계 주요 지역 12곳에 나타났다. 한 마디로 UFO인데, 접시 모양이 아니고 아래위로 길다란 타원판 모양이다. 마치 공중부양한 자세로 떠있기만 할 뿐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미국 몬타나 상공에도 나타났고, 미국 정부에선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 (에이미 애덤스 분)와 천체물리학자 이안 도널리 (제러미 레너 분)를 내세워 외계 생명체와의 접촉을 시도한다.

루이스의 적극적인 태도에 힘입어 외계 생명체 (헵타포드)도 대화를 시작하는데,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언어와는 전혀 다르다. 허공으로 검은 연기같은 것을 뿜어내 추상적인 원 모양의 형상으로 의미를 나타낸다. 루이스는 뛰어난 언어학자답게 몇 번의 대화를 통해 상형문자를 해독하듯 그들 언어에서 원칙을 찾아내고, 서로가 기초적인 의사 교환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른 11곳에서도 저마다 대화 노력을 하는데, 각국이 입장 차이를 보이며 공조 체제를 거부하는 곳이 늘어난다. 그러던 중, 중국 측에서 ‘use weapon’으로 해석된 내용을 보고는 당하기 전에 선제공격을 해야겠다며 헵타포드에게 선전포고를 하기에 이른다.



내용 전개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며 사이사이에 루이스의 회상 장면이 자주 삽입된다. 주로 딸에 대한 회상인데 과거인지 미래인지 혼돈스럽다. ‘미래의 기억’이란 책이 발간된 적도 있지만 미래의 회상이라니?

원작이 전혀 다른 차원의 소재로 칭송 받은 만큼, 이 영화의 소재도 의외로 ‘언어’이다. 영화 속에 언어에 대한 그럴 듯한 정의가 몇 차례 언급된다. ‘언어는 문명의 기초이다’도 그 중 하나다. 상대의 언어를 모르는 헵타포드와 대화하기 위해 애쓰는 마당에 서로의 언어를 잘 알고 있는 12개 지역 간에 이해관계로 대화가 단절되는 장면은 많은 걸 시사한다.

‘언어’와 함께 영화 속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이 ‘시간’이다. ‘언어’와 ‘시간’에 대한 감을 잡으면 이 지적인 영화를 훨씬 더 쉽게 즐기게 된다. 화려한 볼거리나 속도감 있는 액션이 없음에도 무척이나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다. 또 하나, 새로운 차원의 SF영화다.

아카데미 상에 작품, 감독, 촬영, 각색, 음향 등 8개 부문 후보로 올라 있다.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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