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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학자의 세상 보기] 곤장맞은 황제

황제(皇帝, Emperor)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세속적 권세를 가진 사람이다. 왕(King)이 최고 아닌가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왕은 황제 밑에서 나라를 맡아 통치하는 제후들 중 가장 높은 지위 정도이다. 그러니까 황제가 회장님이라면 왕은 사장이나 이사쯤인 것이다. 정복활동을 통해 큰 영토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여러 민족을 지배하고 있어야 황제와 제국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된다. 한데 붙어있는 땅덩어리로는 제일 큰 땅을 정복했다는 칭기즈칸이나 전성기때의 대영제국이 그 좋은 예이다. 일본이 자국의 왕을 하늘천자까지 붙여서 ‘천황’이라고 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사실 다른나라에서 일본의 Emperor라고 해주는 것이 더 이상한건지도 모른다.

하상주진한수당송원명청이라고 읊으면 대충 중국의 역사를 주도했던 나라들을 열거한 것이 된다. 물론 사이사이에 춘추전국시대, 삼국시대, 5호16국시대 같은 혼란기도 많았다. 이중 송나라를 괴롭히던 북방의 여진족이 세운 나라가 바로 금나라金)이다. 신라가 망한후 망명한 김씨왕족의 후손이 만주지역에서 건립했다는 설도 있다. 거란족(Cathay)족이 세운 요나라를 제압하고 송나라마저 양쯔강 이남으로 몰아내며 중국의 북쪽절반을 차지했던 금나라는 유명한 수호지에도 악역(?)국가로 등장한다.

이 금나라의 건국과정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2대 군주가 된 이가 바로 금태종(1075-1135)이다. ‘태종’이라는 휘호가 바쳐진 군주들에게 공통되는 바이지만 이사람도 대단히 유능한 군주였다. 금나라 군대를 지휘하여 1125년 숙적이었던 요나라를 멸망시킨 이도 바로 이 사람이다. 당연히 권력과 기세가 하늘을 찔렀을텐데 사소한 법을 어겼다가 황제로서 신하들에게 곤장을 맞았다는 근 4천년 중국역사상 전무후무한 일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미욱하여 권좌에서 쫓겨난 자도 아니고 건국영웅이며 국위를 떨친 황제의 볼기를 감히 누가 때렸단 말인가?

금태종은 금나라를 개국한 금태조의 동생으로서 형이 세상을 떠나자 국권을 물려받았다. 중국대륙의 절반이상을 차지했던 금나라도 처음부터 부강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라의 사정을 잘 아는 금태조는 국고의 재물은 반드시 전쟁시에만 사용하겠다는 맹약을 군신들과 맺었는데 만약 이를 어기면 곤장 20대를 맞기로 하였다. 황궁은 조촐했고 벽은 버드나무 울타리 수준이어서 돼지와 양을 치는 백성들이 황제의 거처를 지나다닐수 있었다고 한다. 형의 뒤를 이은 2대 금태종도 형의 유지를 잘 이어받아 검소한 생활을 하였다. 얼마간은 말이다. 거처가 불편하고 의복이 낡은 것은 그렇다쳐도 간절한 술생각만은 어쩔수가 없었던 금태종은 슬그머니 국고의 재물을 빼내어 유용하였다. 국고를 담당하는 관원은 이를 발견하자 즉각 대신들에게 보고를 하였고 대신들은 이 ‘사치하고 낭비하는’ 황제를 용상에서 끌어내려(?) 약속대로 곤장 20대를 때린후 다시 용상에 되앉혔다. 전후사정이야 어쨌든 국가 그 자체라 할 황제의 옥체에 손을 댄 것이니만큼 신하들은 바로 무릎을 꿇고 죽을 죄를 청하였다. 하지만 법은 법이니 황제인들 어찌하랴. 볼기짝은 아파도 신하들을 용서해주고 평생 야채와 두부만 먹으며 국정에 전념했다는 훈훈한(?) 이야기이다.



근거없는 민담이었을까? 아니면 흔하디 흔한 정치쇼나 프로파간다였던 것일까? 지난주에는 한국에 큰 일이 있었다. 1987년 6.29와 12월 대선으로 이어지는 숨막힐듯한 현장에서 대학새내기로 혼돈과 희망 그리고 실망감을 맛보았던 나로서는 뭔가 맺혔던 것이 딱 30년만에 쑥-내려간 듯한 기분이었다. 새생명이 꿈틀거리는 3월, 내 모국에도 혼란하지만 뭔가가 새롭게 태동하는 듯하여 기대가 크다.


최영출 (생명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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