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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에세이] 보톡스 효과(I)

보톡스(Botox)란 보털리넘 독소(Botolinum Toxin)의 상품명으로 이 독소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클로스트리엄 보털리엄(Clostrium botulium)이란 세균이 만드는 신경 독성 단백질이다. 원래 Botulus란 라틴어로 쏘시지를 의미하는데 아마도 18세기 벨기에에서 상한 쏘시지를 먹고 식중독이 발생한 이후 이런 이름이 사용된 것 같다.
인간이나 동물의 근육운동은 운동을 목적으로 팔다리를 움직이든가 식사를 하기 위해 수저를 사용하면서 손을 놀리는 둥의 수의(隨意) 운동과 잠을 자면서 몸을 뒤치거나 가려워서 자기도 모르게 손이 등으로 간다거나 소화를 위해 장이 움직이는 등의 불수의(不隨意) 운동으로 나뉘는데 근육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수의 운동이나 불수의 운동을 막론하고 모든 근육조직은 말초신경의 자극이 있어야 움직인다. 신경의 자극이 없으면 근육이란 그저 부위별로 포장되어 그로서리에 진열되어 있는 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고 족발에 붙어있는 잘 익은 살점에 불과할 뿐이다.
가끔 발생하는데 멀리 갈 것도 없이 2015년 오하이오 주 한 마을에서는 교회에서 주최한 한 파트럭 파티(한 집에서 음식 한 접시씩 마련해 와서 같이 나누어 먹는)에서 보털리즘이 발생하여 20명이 병원에 입원했고 한 명이 사망했다. 원인은 한 교인의 집에서 통조림으로 만든 감자를 이용한 감자 샐러드 때문이었다.
보털리넘 독소는 신경과 근육 사이의 자극 전달을 차단시켜 근육 마비를 일으켜 치명적일 수 있다.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은밀하게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아 갈 수 있기 때문에 국제 협약에 의해 다량 살상 생화학 무기로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희석된 작은 양의 독소를 주사하면 그 주위 근육을 마비시키고 주름살까지 없애주는 효과도 있다.
보털리넘 독소를 의학에서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한 사람은 1970년대 샌프란시스코의 앨런 스코트란 안과 의사였다. 안구를 굴린다든가 상하 좌우로 움직이려면 각 움직임을 관장하는 근육이 당겨져야 한다. 사시(斜視, 사팔눈)이란 이런 근육의 하나가 마비되어 안구가 그 반대 방향으로 고착된 것이다. 의사는 눈이 돌아간 환자의 안구 반대쪽 근육에 보털리넘 독소를 주사했더니 사시가 감쪽같이 교정되었다. 눈까풀이 떨리는 경련도 즉석에서 치료되었다. 스코트 박사는 1978년 사시와 안구 경련 치료제로 이 약을 Oculinum이란 이름으로 내놨으며 마침내 1989년에는 미국 식약청에서 인가를 받았다.
당시 앨러갠이란 회사는 안약이나 컨택트 렌즈용 세척제등을 만들던 작은 회사였다. 전 인구의 4% 미만에 해당하는 사시환자를 위한 틈새시장을 노려 이 회사는 9백만 불에 이 약을 사들였고 이름도 Oculinum에서 Botox로 바꾸었다. 1991년 말 보톡스로 인해 앨러갠 회사는 연간 1천 3백만 불의 수익을 얻었다.
과민성 방광이란 방광 주변의 근육에 긴장이 와서 요실금과 빈뇨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이 제약회사는 과민성 방광에 보톡스를 주사하여 좋은 효과를 보았다. 당시 시카고 대학병원에서 나온 실험에 의하면 하루에 평균 5번이나 요실금을 호소하던 환자가 보톡스를 사용한 후에 요실금이 하루 3번에 그쳤다.
1998년부터 보톡스를 안면 주름살 제거에 이용하기 시작하여 폭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치료제였던 보톡스가 FDA로부터 화장품으로 인가를 받은 셈인데 2013년에 제약회사는 무려 20억 불, 2015년에는 25억 불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글은 2017년 1월 16일 자 TIME지 기사를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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