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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다시 또 연쇄살인사건의 마을에서

‘해빙 (Bluebeard)’을 보고


한국에서도 현재 상영 중인 영화다. 미국 개봉 제목은 ‘Bluebeard (푸른 수염)’. 사실은 한국에서도 당초 ‘푸른 수염’이란 제목을 사용하려 했었다. 그런데 영화 내용을 미리 암시하는 것 같아서 ‘해빙’으로 개명했다 한다.

‘푸른 수염’은 원래 17세기 때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가 쓴 동화 제목이다. 그는 동화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의 기초를 다진 작가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신데렐라’, ‘장화 신은 고양이’, ‘빨간 두건’ 등이 그의 작품이다. ‘푸른 수염’은 자기 아내들을 여럿 살해한 귀족의 이야기다. 이후 ‘푸른 수염’은 연쇄살인범이나 아내를 살해한 자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내과의사 승훈 (조진웅 분)은 빚으로 강남에 의원을 개업했다가 망했다. 아내와도 이혼하고 이제는 경기도 내 한 도시의 개인병원에 계약직 의사로 와 있다. 한때 미제 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소도시다.



하루는 자기가 세들어 있는 원룸의 주인집 정 노인 (신구 분)이 내시경을 받으러 왔다. 치매환자인 정 노인은 가수면 상태에서 살인을 저지른 듯한 말들을 내뱉는다.

정육점 겸 식당을 운영하는 집주인 성근 (김대명 분)은 지나칠 정도로 친절한데, 섬뜩한 느낌을 풍긴다.

승훈이 꿈 속인 듯, 정육점 냉장고에서 사람 머리를 발견하곤 부지중에 자신의 냉장고로 옮겼는데, 실제로 자신의 냉장고 냉동실에 사람 머리가 놓여져 있다.

간호조무사 미연 (이청아 분)의 싹싹함 뒤에는 뭔가가 숨겨져 있는 듯하다.

이혼한 아내 (윤세아 분)가 다녀갔는데, 그 길로 실종된다.



심리 스릴러다. 영화는 대개 승훈의 싯점으로 전개된다. 성근 부자의 의심스러운 언행은 연쇄살인범이 아닌가 하는 의심과 불안감을 품게 한다. 관객은 승훈과 함께 불안감을 공유하게 된다. 승훈은 수시로 꿈을 꾸고, 사건은 상상과 현실 구분없이 진행된다. 그래도 결과는 뻔할 것 같았는데, 반전이 일어나는가 하더니, 그게 다시 또 뒤집힌다.

잘 좇으면 스릴러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으나, 한 박자 뒤쳐지기 시작하면 긴장감이 사라지고 지루한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여류감독 이수연은 “우리 사회의 몰락하는 중산층에 관한 얘기들을 하고 싶었다.” 고 말했으나 갖다 붙인 듯한 느낌이다. 얘기거리가 될 만한 아이디어를 잘 결합해 흥미진진하게 만든 심리 스릴러, 그 이상은 아니다.

극 중에서 승훈이 “정답이 있어서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고 했듯이 영화 말미에서 퍼즐조각들을 다 맞춰 정답을 알려주는 게 깔끔해서 좋다.



배역에 맞춰 살을 쏙 뺀 조진웅의 이전과는 사뭇 다른 심약한 연기와 천진성과 공격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신구, 김대명의 부자 연기가 돋보인다.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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