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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에세이] 보톡스 효과(II)

클로스트리디엄 보털리넘이란 세균에서 나오는 독성 단백질, 그러니까 상품명이 보톡스란 물질은 신경과 근육세포 사이의 교환을 차단하여 근육마비를 일으킨다. 여기에 착안하여 보톡스를 사시, 눈꺼풀 경련, 요실금 환자에게 사용해서 괄목할 만한 효과를 보았다. 여기까지는 보톡스를 질병 치료용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2002년 보톡스를 안면 주름제거 목적으로 FDA에서 화장품목으로 허가를 얻은 다음부터 보톡스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0년부터 2015년 사이에 주름 제거 목적으로 보톡스 사용한 양이 무려 759%나 증가했고 미국 연속극 대사에 올랐으며 각 지역에서는 보톡스 파티라는 행사까지 열렸다.

보톡스가 대중화되는 데는 안면 주름살 제거라는 화장 목적이 크게 작용했지만 후에 보톡스는 많은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치료 대상이 안면 주름살로부터 전신 근육에 사용되었다. ‘경부근육 이상 경련증’이란 목 근육의 긴장으로 인해 목이 돌아가는 증상인데 보톡스 사용으로 치료되었다. 뇌성마비나 두뇌 손상으로 인해 팔이나 다리가 마비된 환자에게 보톡스 주사를 해당 부위에 주사했더니 증세가 눈에 뜨이게 호전되었다. 저작근(씹는 근육)의 긴장으로 사각턱이 된 사람에서 보톡스 주사로 턱을 열 수 있었다. 만성적인 요통환자에게서도 효과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치료제로 효능이 있다고 FDA의 허가를 받았다.

약 20년 전이었든가 한 제약회사에는 협심증 치료제를 개발 중이었다. 협심증이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맹이 일시에 좁아져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심한 흉통이 갑자기 발생한다. 그런데 이 약을 인체에 실험하다 보니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 남성 환자들은 자신의 음경이 시도 때도 없이 발기한다는 사연이었다. 제약회사는 눈을 돌려 이 약을 발기부전 치료제로 내 놓았고 '바이애그라‘란 상품명으로 히트를 쳤다. 효과가 좋다는 것은 어찌 알았는지 당시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선물용으로 이 약을 요구하여 수없이 처방전을 내어준 기억이 있다. 그들 주 일부는 선물을 핑계로 약을 구입한 다음 복용해 보았다가 그 신통한 효과를 남들에게 자랑하든 중 자신이 사용한 것이 들통 나기도 했지만.

바이애그라의 출연으로 인해 발기 부전이란 음경동맥을 통한 혈액 공급 부족으로 발생한다는 간단한 사실이 밝혀졌고 바이애그라는 음경동맥에 혈액 공급을 증가시켜 발기를 유지시킨다고 그 때까지 한국인들은 무슨 시꺼멓고 꿈틀거리며 정력에 좋다는 물건을 먹기만 한다면 된다는 원시적인 생각에서 까마귀, 까치, 흑염소, 검은 콩, 뱀, 뱀장어, 자라, 물개의 신(腎), 사슴의 뿔이나 피, 지네, 지렁이 등을 마구 먹어치웠다는데 바이애그라의 출현으로 이들의 수난은 감소되었으리라.



그 무렵 한 제약회사는 혈압 강하제로 ‘미녹시딜’이란 약품을 개발 중이었다. 혈압을 낮추는데 아주 훌륭한 약품이었는데 실험 대상 환자들이 부작용으로 발모를 호소했다. 제약회사는 이 약을 ‘로게인’이란 상품명으로 출시하여 대머리들에게 서광이 되었다.

‘루복스’란 약은 원래 항우울제로 개발되었지만 세균 감염에 대한 공포로 인해 손을 하루에도 수십 번 씻거나 낯 선 곳의 변기를 사용하지 못해 새것으로 갈아야만 하는 강박장애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요즈음 광고가 자주 나오는 ‘리리카’는 신경 통증에 사용되지만 불안 제거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수리 머리를 앞으로 내려 올린 자신의 머리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유세 도중에는 지지자들에게 자기 머리를 끌어 당겨보라고까지 했다. 자신 있게 가발이 아니라는 제스처였다. 머리털의 비결은 ‘프로스카’라는 약 때문이었다. 그는 3가지 약을 매일 복용하는데 ‘프로스카’는 이들 중 하나였다. 원래 프로스카는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해 배뇨에 지장이 있는 남성 환자용인데 발모제로 사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립선비대증이 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가 머리털을 유지하는데 신경을 크게 쓰는 것은 틀림이 없다.

이렇게 의학에서는 원래 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개발된 의약품 사용이 허락되어 있으며 이를 ‘Off-label 사용'이라고 부른다.

안면 주름살 제거 목적으로 보톡스 주사를 정기적으로 맡던 환자들에서 만성 편두통 증상이 현저하게 감소되고 있음이 알려졌다. 또 겨드랑이에서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多汗症)환자에서도 땀 분비가 눈에 뜨이게 줄어들었다.

그뿐인가. 침 흘리기, 자면서 이 갈기, 차가운 손, 조루증, 파킨슨 씨 병, 통증을 수반한 성 행위 등은 물론 우울증 치료에도 뚜렷한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연달아 발표되고 있다. 바야흐로 보톡스의 ‘Off-label 사용’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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