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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미국인 찌질남녀의 아바타로 서울에 나타난 괴물들

‘콜로설 (Colossal)’을 보고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괴수영화다. 원래는 고질라와 마징가 Z를 등장시키고 일본을 배경으로 촬영할 계획이었으나, 일본 영화사 (도호) 측의 반대에 부딪혀 무대를 한국으로 옮겼다고 한다. 고질라와 마징가 Z의 출현도 불발되고 새로운 괴수와 거대 로봇이 비스무리하게 창조됐다.
괴수영화라고는 하나 블록버스터 정도의 스케일은 아니고, 내용도 차라리 심리극에 가깝다.

글을 쓰는 뉴요커 글로리아 (앤 해서웨이 분)는 직장에서 잘린 후 1년여를 백수로 지내며 남자친구 팀 (댄 스티븐스 분)에게 얹혀 지내고 있다. 날이면 날마다 술에 취해 들어오는 글로리아에게 질린 팀은 절교 선언을 하며 집에서 나갈 것을 요구한다. 할 수 없이 낙향해 부모님이 살던 집으로 돌아온 글로리아.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 오스카 (제이슨 서디키스 분)를 만난다. 한때는 글로리아가 잘 나갔지만 지금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바를 운영하는 오스카의 신세가 한결 낫다. 오스카는 글로리아에게 자기 바에서 일할 것을 제안한다.
오스카의 바에 출근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 서울에 괴수가 나타나 대소동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접한다. 25년 전에도 같은 장소에 나타난 적이 있다는 괴물의 동작을 TV로 본 글로리아는 그 괴물이 자신과 연결돼 있음을 직감한다.

영화의 첫장면은 한국말로 시작한다. 그리곤 곧바로 25년 후인 현재 미국으로 무대가 바뀐다. 미국 동부의 한 소도시에 사는 초등학교 동창인 남녀와 대한민국 서울 한강변에 나타난 거대 괴물체 둘이 상관있다는 설정은 황당하다. 두 장소의 지형도가 닮았다는 것 외엔 어떤 이유도 없다. 과학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판타지로 이해하고 봐야 한다.



각본까지 직접 쓴 스페인 출신 나초 비갈론도 감독이 아바타 같은 두 괴물을 등장시켜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두 사람의 심리 변화다. 자신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불특정 다수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는 것을 인식한 후, 한 사람은 나태하고 문란하며 무책임하던 삶의 방식을 바로 잡으려 애쓰는 반면, 다른 한 사람은 무고한 대중의 희생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타인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의 욕구만을 채우려 한다.
미국인 두 사람의 몸짓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서울 시민의 모습이 최근의 상황과 맞물려 자칫 정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으나,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영화는 전혀 아니다.

괴물들이 나타나는 현장이 서울이라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많은 부분을 부천의 상동 지역에서 촬영했다 한다.
영화의 B급 정서에 비해 출연진은 빵빵하다. 앤 해서웨이는 몸이 좀 불은 모습이고, 제이슨 서디키스는 웃음기를 걷어낸 연기를 보여주며, 최근 영화 ‘미녀와 야수’의 댄 스티븐스도 등장한다.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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