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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배교 (背敎)의 진실은?

사일런스 (Silence)’를 보고


엔도슈사쿠는 미우라 아야코와 함께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기독교 작가인데, 정확히는 가톨릭 신자다. 그의 대표작 ‘침묵’ (1966)은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됐던 작품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신부가 될 뻔했다는 거장 마틴 스코세지 감독이 이 작품을 영화화했다. 교계에 논란을 일으켰던 니코스 카잔차키스 원작인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1988)을 발표한 직후부터 근 30년 간의 준비과정을 거쳤다.



1600년대 초 에도 막부시대 때, 예수회 (제수이트) 일본 교구장이었던 크리스토바오 페레이라 신부의 배교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포르투갈의 젊은 두 신부 로드리게스 (앤드류 가필드 분)와 가루페 (애덤 드라이버 분)는 스승 페레이라 신부 (리암 니슨 분)의 배교 소문을 확인하고, 또한 자신들의 선교를 위해 박해가 심화된 일본으로 잠입한다. 일본 내 상황은 듣던 것보다 한층 더 악화돼 숨어있는 신자들이 계속 색출, 처형되고 있었다. 오래지 않아 두 신부도 체포되고, 신도들의 목숨을 담보로 배교를 강요받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신도들이 처참하게 고문 당하고 처형되는데, 자신들의 울부짖는 기도에 아무런 응답 없이 침묵만을 지키는 신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된다.



“믿음은 의심을 낳고, 의심은 믿음을 풍성하게 한다.” 고 말하는 스코세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오랫동안 풀기 어려운 딜레마로 여겨온 “신은 고통의 순간에 어디에 계시는가?” 라는 논제를 다룬다.

목숨이 위협 받을 때마다 후미에 (예수나 성모 마리아가 새겨진 목재 또는 금속 성화상)를 밟아 위기를 모면하고 번번이 고해성사를 통해 회개하고 신도로 되돌아오는 키치지로 (쿠보즈카 요스케 분). 정부가 시키는 대로 따르고 목숨을 보전하라는 로드리게스 신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순교의 길을 택하는 신도들. 순교도 허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도들을 살리기 위해 배교할 수밖에 없었다는 페레이라 신부.

페레이라 신부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로드리게스 신부가 선택해야 할 길은?



로드리게스 신부 역을 맡은 앤드류 가필드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핵소 고지 (Hacksaw Ridge)’에서 신앙심 깊은 안식교인 병사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선정됐는데, 이 영화에서의 연기가 오히려 더 강렬하고, 더 극적으로 보인다.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한 사람인 ‘철남’ (1989), ‘쌍생아’ (1999)의 츠카모토 신야가 순교하는 모키치 역을 맡은 걸 비롯해, 일본의 유명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러닝타임이 두 시간 40여 분이나 돼 기독교인이나 기독교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큰 울림을 전해주는 의미있는 영화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다소 지루한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로 올랐을 만큼 아름다운 영상을 제공한다.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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