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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학교 시기가 중요한 진짜 이유

‘중2병’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북한이 남침을 못 하는 이유가 ‘중2가 무서워서’라고도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때가 2013년이고, 당시 나는 중2였다. 생각해보니 이런 말들은 어른들이 웃자고 했던 말이었지만 정작 당사자였던 우리에게는 공감의 대상이 아니었다. 요즘과 다를 바 없이 그때도 한국의 중학생은 하루 온전한 시간을 학교와 학원에 바쳐야 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우리의 일상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중학교 3년을, 미국을 포함한 외국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7년 동안 다녔다. 이제 곧 졸업이고 대학은 한국에서 다닐 계획이다. 부모님이나 나와 같이 졸업하는 학교 친구들은 이왕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쳤으니 미국 대학에도 응시해 볼 것을 내게 권했다. 하지만 나는 한국으로 생각을 굳혔다. 왜냐하면, 최소한 지금까지는 한국이 더 끌린다. 나는 지금부터 한 번은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와 친구들의 경험을 토대로 어른들이 모를 수 있는 중학교 시기가 중요한 진짜 이유에 대해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중학교 시절을 어디서 보냈느냐에 따라 사고방식의 내셔널리티가 달라진다고 믿는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중학교 때가 인성이 결정되는 터닝포인트라고 말하고 싶다. 만약 중학교를 미국에서 다녔다면 그 사람의 기본적 사고는 미국적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한국에서였다면 한국적 마인드가 훨씬 더 클 것이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유도 중학교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이전, 즉 초등학교까지의 생각과 행동은 거의 수동적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말씀은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 진리다.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면서 이른바 사춘기가 찾아온다. 그럴 때 친구가 중요해진다. 대화나 관계의 대상이 가족에서 친구로 바뀐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본 ‘친구’의 의미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친구란 ‘서로 말이 통하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낸 또래의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때의 친구는 갑자기 확 다가온 학업 스트레스로 힘든 시기를 함께 버텨내면서, 서로 이해하고 말이 통하는 특별한 존재로 자리 잡는다. 중학교 친구는 아무나가 아니다. 친구로 삼는 과정도 나름 신중하며, 이런 몇 안 되는 친구가 진짜 친구로 생각된다. 중고등학교의 친구가 오래가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국 아이들이 외국학교에서 만나는 장벽이 첫 번째가 언어고, 두 번째가 친구다. 기존에 생각했던 한국적 ‘친구’의 의미가 바뀐다. 미국사람들은 낫선 사람에게도 호의적으로 대한다. 초면에도 사적인 얘기를 스스럼없이 한다. 낯선 환경에 있는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미국 아이들이 베프 (베스트프랜드)로 생각된다. 한국에서는 정말 특별한 존재였던 친구가 별거 아닌 단순한 존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에 잘 대해주었던 미국친구들이 누구에게나 그렇게 하고, 특히 경쟁이나 이해관계에서 부딪히면 매우 냉정해진다는 것을 경험한다. 너무나 가벼운 친구의 무게를 느끼면서 배신감과 외로움을 한꺼번에 겪는다. 이에 관해 흥미로운 글을 하나 발견했다. 프랑스 경영대학원인 인세아드의 에린 메이어 교수는 “One Reason Cross-Cultural Small Talk Is So Tricky”에서 동양인들은 대체로 코코넛처럼 껍질이 단단하여 처음에는 쉽게 마음을 열어주진 않지만 일단 친구가 되면 부드럽고 달콤한 코코넛 과육과 같이 관계가 진중하고 오래간다. 반면에 복숭아와 같은 서양인은 쉽게 마음을 열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엄청 단단한 씨가 있으며, 과육이 물러 멍이 들기 쉬워 관계가 오래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 때 미국에 온 경우에는 영어 스트레스가 특히 심하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에서처럼 자기를 이해하고 공감해 줄 친구도 많지 않다. 언어장벽이 없는 비슷한 처비의 한국 친구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스포츠 등 과외활동에서 현지 친구를 사귈 수도 있지만 생각과 말이 통하는 한국친구 그룹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는 ‘코리안클럽’이라는 것이 있다. 물론 프렌치, 재패니즈, 차이니즈 클럽도 있다. 코리안클럽이 다른 곳과 다른 점은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함께 배우기 위해 다양한 인종이 참여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코리안클럽은 한국어가 가능한 학생들끼리 한국말을 쓰면서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이다. 영어를 배우러 왔지만, 말이 통하는 친구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환경을 피하고자 일부러 한국인이 없는 시골로 자녀를 혼자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에 시작하는 이런 식의 유학은 해외경험이 많은 나로서도 정말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

중학교는 그 나라의 역사와 정치·경제·사회와 같은 국가 전체체계의 전 부분을 구체적으로 배우는 시기다. 이때 보고 배운 많은 것들은 기억 속에 오랫동안 자리 잡는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또 어느 나라든지 중학교 교과목은 이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중학교 시기는 사람의 기본적인 인성 내셔널리티가 정해지는 매주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자녀가 미국에서 공부해서 영어도 잘하지만 나중에 한국을 토대로 활동하는 사람이길 원한다면,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중학교는 한국을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반대로 미국에 주된 무대가 되길 원한다면 중학교는 미국학교를 경험토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민이 됐든, 조기유학이나 주재원 자녀의 경우든 부모님들은 한번쯤 생각해 보실 일이다. 끝.




나경용 (산호세 린부룩고교 1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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