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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새로운 형태의 전쟁영화

‘덩케르크 (Dunkirk)’를 보고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높고, 가장 비싼 영화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이 처음으로 전쟁영화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제까지 익히 봐오던 전쟁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감독 자신도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는 전쟁영화가 아니라고 말했다. 인간의 생존문제를 다룬 스릴러영화라고 했다.

영화는 제 2차 대전 초기 프랑스 북부해안 됭케르크(불어 발음)라는 곳에 갇힌 약 40만 명의 연합군 병사들을 탈출시키는 ‘다이나모 작전’을 다룬다. 철통같은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는 독일군에게 투항하든지, 아니면 도버해협에 수장되든지 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에 윈스턴 처칠 수상은 독일과 협상 대신 병사들의 탈출을 결정한다.

1958년에 발표된 동명의 영화 ‘던커크’ (영어 발음)가 있었으나, 놀란 감독은 이 영화를 리메이크 하지 않고,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각본을 썼다.

‘시간의 마술사’답게 놀란 감독은 시간의 차이를 절묘하게 배합, 구성해 영화의 긴장감과 현장감을 한층 더 높였다. 철수하려는 40만 병사들이 집결한 방파제에서의 일 주일, 병사들의 철수를 돕기 위해 영국에서 출발한 민간선박의 하루, 독일 폭격기의 공습을 저지하기 위해 지원 나온 영국 전투기의 한 시간 동안을 서로 교차하며 보여준다. 이렇게 서로 다른 시공간이 나중에는 한 지점에서 만난다.



영화의 모든 관심이 탈출에 모아져 있으므로 전투장면은 없다. 적군의 모습도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공습으로 생명을 잃은 병사들의 시체가 모래사장 곳곳에 널려져 있지만 피 한 방울 안 보이고, 자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영화 내내 대사가 거의 없다. 대사가 없으니 등장인물들의 사연도 알 수 없다. 저마다 살 궁리를 할 뿐인 병사들에게 아무런 스토리가 필요없다는 거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어린 병사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부끄러울 만큼 이기적이고, 비양심적이다. 그러나 누가 이들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병사들을 구출하기 위해 전장으로 뛰어든 민간선박의 도슨 선장 (마크 라일런스 분), 연료가 떨어져 가는데도 적기를 격추시키기 위해 회항을 포기한 전투기 조종사 파리어 (톰 하디 분), 모든 영국군 병사들이 승선한 후에도 프랑스군을 돕겠다며 현지에 남는 볼튼 중령 (케네스 브래나 분)이 어른으로서 희생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어 다행이다.

영국 본토에 도착한 병사들은 자괴감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그러나 시민들은 그들을 열렬히 환영하고, 성공적인 탈출 또한 승리라며 다독여준다.

당초 3만 명 정도를 탈출시킬 수 있으리라 예상했는데, 훨씬 많은 약 34만 명을 탈출시키게 돼 매우 성공적인 철수작전으로 꼽힌다. 이 작전을통해 구출된 병사들은 향후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 큰 발판이 된다. 이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는 민간선박의 대거 참여가 큰 역할을 했다. 여기서 생긴 ‘던커크 정신’이란 말은 지금도 영국 국민이 단결해서 극복해야 할 역경을 만나면 사용하는 용어가 됐다.

관객의 현장체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IMAX 촬영기를 동원하고, CG와 세트 사용 대신에 당시 사용했던 선박과 전투기를 투입해 현장에서 촬영했다.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독어 발음은 한스 치머)의 음악과 강렬한 음향도 현장감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엑스트라를 1300명이나 동원했다지만 40만 명을 구현하기엔 아무래도 역부족. 이런 부분에서는 CG를 조금 활용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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