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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에세이] 사냥 남자와 동굴 여자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에 따라 인간을 창조했다. 서양 전통 종교에서 내려오는 신앙의 바탕이다. 엄격히 말하면 인간이 아니라 남자다. 첫 피조물 인간은 아담이었으니까. 이런 믿음은 남성위주의 문화에서 수천 년간 면면히 이어왔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표되어 진화론이 대두된 후에도 남성 위주의 사상은 변치 않았다. 문명이 발달한 것은 남성이 '위대한 사냥꾼‘으로 사냥에 성공하여 인간이 번성했고 자연과 다른 피조물들을 지배한 결과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사상에 따르면 사냥 남성들은 사냥도구를 만들어내고 이들을 개량해서 다른 동물들을 지배하게 되었다. 인간이나 매모스 코끼리는 그 험난한 빙하시기를 견디고 살아남았다. 그러나 매모스는 결국 멸종했고 인간은 살아남았다. 인간은 사냥도구를 만들고 이를 이용했지만 매모스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자들에 의해 고안되어 남성 교유의 작업인 사냥에 사용된 도구는 인간을 동물들보다 우위를 차지하게 한 요소였던 것이다.

사실 인간은 ‘위대한 사냥꾼’이 아니라 사냥감으로 초라하게 시작되었다. 50만 년 전의 고인류 화석에서 발견된 이빨 흔적을 조사해보니 인류가 잡아먹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3백만 년 전에 ‘루시’(Lucy)가 속했던 고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는 작은 머리와 작은 몸집을 갖고 있었다. 화석에서 나온 두개골을 보니 뒷머리에는 작은 두 개의 구멍이 있었는데 이것은 날카로운 표범의 송곳니 흔적이었다. 인류의 조상은 맹수들만이 아니라 다른 인류들에 의해 먹히기도 했으리라고 본다. 인류가 사냥 도구를 쓰기 시작한 것은 ‘루시’보다 훨씬 후인 호모 에렉투스 부터였다. 이들은 몸이 컸고 두개 용량도 ‘루시’보다 두 배나 되었으며 이들의 유골은 사냥도구와 함께 발견되었다. 그래서 뛰어난 사냥 기술을 사용해 아프리카로부터 유럽이나 아시아로 뻗어 나갔다고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도구를 이용한 사냥 남자들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여성은 그들의 보호 하에 들어왔고 그들은 동굴 속에서 남성들이 잡아온 사냥 거리를 먹으면서 아이들을 돌보았다. 남자들은 사내아이들에게 사냥 방법을 전수해주고 도구 사용을 가르쳐주었다. 개량된 도구를 이용하여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지었고 그런 문명을 바탕으로 파피루스를 만들어 기록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문자문명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사냥 기술의 전수만으로 문명이 발달되었을까? 사자는 먹이를 잡아먹는데 특출하기 때문에 맹수의 왕이 되었다. 그들은 새끼들에게 생존을 위해 사냥 방법을 쉽게 가르쳐준다. 그렇다고 해서 사자 문명이란 게 존재하는가? 늑대들도 무리지어 사냥을 하는 기술이 대를 이어 전수되어 왔다. 그렇다고 해서 늑대 문화란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남자들이 사냥을 위해 산과 들판을 돌아다니는 동안 여자들은 동굴에 살면서 아이들을 돌보았다. 돌보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 소통은 우선 아이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여자들이 내는 비명으로 시작되었을 것이다. 새끼들에게 위험 신호를 알리는 것은 새나 일부 동물에서 보는 현상이다. 차차 보호 양육자인 여자들과 피보호자인 아이들 사이에는 간단한 소통수단이 발달했고 나중에는 복잡한 대화로 발전했을 것이다. 주로 언어를 통해 자라나는 미숙한 아이들에게 동굴 밖 험한 세상을 살아가고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언어는 인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수단이었다. 언어 발달에는 여자가 남자에 비해 훨씬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인류 문명 발전에는 ‘사냥 남자’보다는 ‘동굴 여자’가 더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본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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