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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에세이] 시인 앨프레드 테니슨의 우울 장애와 유전

‘오, 슬픔이여, 그대는 나와 함께 살고 있다./ 스쳐가는 정부가 아니라 영원한 아내처럼/ 내 소중한 친구로 내 반평생에 걸쳐. 오, 슬픔이여, 그대는 내 피를 지배하리라/ 사랑하는 신부처럼/ 내 거친 기분을 제거할 것이라/ 나를 현명하고 선하게 만들기 위해서는‘(In Memoriam의 일부)

앨프레드 테니슨(1809-1892)은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윌리엄 워즈워스에 이어 대영제국의 계관시인이 되었다.

링컨셔에서 교구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12명의 자녀들 중 4번 째였다. 그의 혈관에는 영국 왕 에드워드 3세의 피가 흐른다. 원래 지주였던 할아버지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고 아버지는 장남이었지만 어릴 때 할아버지가 작은 아들을 선호해서 차남에게 모든 재산을 남겨주기로 결정했다. 장남은 성격이 불안정해서 통제 불능이었고 항상 격앙과 무기력을 넘나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려받은 재산 없이 대 가족을 양육할 의무를 진 아버지는 재정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도 교육에 힘써 어린 앨프레드에게 광범위한 문학교육을 시켰다. 어린 시절 바이런 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 1824년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깊은 실의에 빠졌으며 집 뒤로 돌아 가 칼로 벽에다 ‘바이런이 죽다’란 구절을 새겼다.

아버지는 점차 알코올에 의지하면서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이 악화되었다. 그 결과 심한 우울증에 빠졌으며 말년에는 ‘발작’까지 나타냈다고 한다. 정신 착란으로 인해 권총과 칼을 소지했으며 총으로 창문을 향해 발사했고 가족을 칼로 찌르려고도 했다.



가족력을 보면 정신병적 소질은 아버지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도처에서 발견된다. 증조부 두 명이 정신병 환자로 알려져 있다. 할아버지는 조절하지 못하는 성격장애에다가 우울증이 심해서 ‘잠시 지나가는 구름만 봐도 기분이 침울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두 명의 고모할머니들도 반복성 우울장애로 고생했다고 한다.

여섯 명의 남자 형제들도 모두 심한 우울증, 정신 착란, 불같은 성격, 조울증 등의 증상을 보였다. 큰 형 프레드릭은 괴팍하고 난폭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둘째 형 찰스는 마약에 중독된 결과 정신 착란으로 인해 외부 세계와 완전히 격리되어 살았으며 병적인 우울 증상이 반복되었다. 동생 에드워드는 60 년간이나 정신병원에 격리되어 살았으며 심한 조울증으로 인해 사망했다. 또 다른 동생 셉티머스는 ‘테니슨 가문에서 병적으로 가장 심한 경우’라고 알려졌는데 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여러 번 치료를 받았다. 두 명의 여동생들도 반복성 우울증 환자였다.

할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은 작은 아버지도 그의 아들과 마찬가지로 할아버지의 조절 불가능의 성격장애를 물려받아서 성질이 급했으며 재산을 탕진하도록 낭비하는 습관이 있었다.
1828년 앨프레드와 찰스 형제는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하여 이미 거기에 있던 형 프레드릭과 합류했다. 이 때 아더 핼럼이란 시인 지망생을 만나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시를 발표하여 유명하게 되었는데 그의 작품은 새뮤얼 콜리지 같은 당시의 유명한 시인들의 눈에 띄어 찬사를 받았다.

가문에 정신병적 유전 요소가 많이 있었는데 시인의 기질도 함께 있었던 것 같다. 우울증으로 인한 어두운 마음에서 사물을 꾀 뚫는 혜안을 가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맞는 것일까?

앨프레드가 17세 되었을 때 트리니티 대학에서 수학하던 세 형제는 공동시집을 발간했다. 그들은 모두 시인으로 명성을 날렸다. 프레드릭은 그리스 어로 된 시로 케임브리지 상을 받았으며 찰스는 고전을 영어로 번역한 공로로 케임브리지 상을 받았다. 콜리지나 워즈워스 같은 기성 시인들은 찰스가 테니슨 가문에서 가장 뛰어난 시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앨프레드는 다양한 작품 활동으로 인해 대학 시인 상을 수상했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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