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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에세이] 앨프레드 테니슨 경의 일생

1831년 봄, 아버지가 사망하자 앨프레드는 케임브리지에서 학위를 받지 못한 채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거기서 그는 6년간 머물면서 과부가 된 어머니와 동생들을 돌보았다. 여름에는 시인을 지망하던 친구 아더 핼럼이 그의 집을 방문해 머물렀는데 이 친구는 앨프레드의 여동생과 사랑에 빠져 약혼했다.

1833년 그는 ‘샬럿의 부인’이란 시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세상을 직접 볼 수 없으며 오직 거울에 비친 반사영상에 대해서만 반응해야 한다는 저주를 받은 한 공주의 이야기다. 자신이 머무르는 탑 주위를 랜스럿 경이 말을 타고 지나가자 그를 쳐다본 공주에게 저주가 실현되어 죽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배에 싣고 강물로 떠내 캐멀롯으로 보낸다. 자기의 이름은 뱃고물에 적은 채. 당시 이 시는 심한 혹평을 받았다. 그 영향도 있고 또 정신질환으로 인해 시인은 10년간이나 시를 발표하지 않았다.

1833년 친구 핼럼이 휴가차 비엔나를 방문하던 중 뇌출혈로 급사했다. 시인에게 아주 큰 충격을 주었으며 한동안 절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시를 무수히 지었는데 이들은 후에 그의 대표작이 된 추모 시 ‘In Memoriam'의 바탕이 되었다.

당시 그는 인생에서 큰 시련을 겪었다. 절친한 친구의 급작스러운 죽음 말고도 사업에도 실패했다. 교회용 목각 사업에 투자를 했다가 크게 돈을 잃은 것이다. 이로 인해 적년 기에 결혼할 꿈조차 접었다. 그의 불안과 우울은 심화되어 창작을 위한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다.



1843년 그는 이렇게 적었다. ‘나는 인생이란 컵에서 가장 쓴 한목음의 술을 마셨다. 그로 인해 세상을 혐오하게 된 것이다.’ 또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지난 2년간 끊임없이 공황과 공포에 빠져 내 신경은 독에 함빡 젖어들었다.’라고 했다.

그는 당시에 잘 알려져 있던 ‘물 치료법’을 받았다. 독서 금지, 커피 금지, 불가 접근 차단, 젖은 시트와 찬 목욕 반복, 냉온 바꾸기 등. 차도가 없자 주치의는 철분 알약을 처방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위대한 인물은 무엇보다도 자기 장기와 신경에 모든 관심을 쓰고 있다.’ 친구들은 그의 건강을 진심으로 염려했으며 그가 ‘건강염려증’에 빠진 것이 아닐까 우려했다.

차차 건강을 회복한 테니슨은 1850년 인생의 절정기에 달했다. 빅토리아 여왕과 친교를 나누다가 시인 워즈워스가 죽은 후 영국 계관시인으로 임명되어 죽는 날까지 이 영예를 누렸다. 그 해에 역작인 ‘In Memoriam'을 발표했는데 이 시는 젊은 날의 절친 아더 핼럼의 죽음을 애도해 그에게 바친 시다.

또 같은 해에 에밀리란 여성과 결혼했다. 그녀는 형수의 여동생이었는데 그들은 여려서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테니슨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자 그녀의 아버지는 방랑벽, 술과 담배에 대한 탐닉, 그리고 종교적인 종교관 때문에 테니슨을 싫어해서 편지왕래조차 금지시켰다. 나중에 편지왕래가 재개되면서 결국 그녀와 결혼해 두 아들을 두었다.

1852년 ‘웰링턴 공작에 대한 송가’ 1855년에는 크리미아 전쟁에서 적군에게 용감히 돌진하는 모습을 그린 ‘경기병들의 돌격’ 1855년에는 아더 왕과 그의 부하들의 활동을 바탕으로 한 ‘왕의 전원 시’를 발표했는데 이 시는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앨버트 공에게 증정되었다. 1864년에 발표한 ‘이녹 아든’(Enoch Arden)으로 인해 그의 명성은 절정에 달했다. 이 시에서는 이녹이 사랑하는 아내 애니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1884년 테니슨의 열렬한 지지자인 빅토리아 여왕에 의해 제1대 테니슨 남작으로 임명되었다. 세습이 아니고 본인의 공적으로 인해 귀족에 오른 것은 시인으로는 테니슨이 처음이었다.

말년에 이르러 그의 신조는 전통적인 관습에서 벗어나 점차 불가지론과 범신론에 접근했다. 1892년 83세의 나이로 별세했으며 그의 유해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치되었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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