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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학자의 세상 보기] 쇠고기, 콩 그리고 지구

이제 곧 추석이다. 어렸을 때 명절 때가 되면 어머니께서 정성껏 싸주신 쇠고기꾸러미를 동네 친한 댁들에 갖다 드리는 심부름을 다녔다. 으레 그 집 아이도 한 꾸러미 가져오곤 하기 때문에 쌤쌤(Same)이 되곤했지만 평소엔 먹어보기 힘든 쇠고기는 한 해 동안 고마운 마음과 정을 표현하는데 제격이었다.

필자가 사는 곳은 여름이 별로 덥지않아 에어컨 있는 집이 드문데 올 여름엔 집에 있기 불편할 만큼 뜨거운 날이 많았다. Coanxiety는 2011년경에 생겨난 신조어이다. 공동불안감이랄까? 나는 어떻게 한평생 살더라도 ‘우리’ 자식들과 후손들에게 기후변화로 살기 어려워지는 지구를 물려주게 될 거라는 두려움, 알면서도 딱히 방도가 없다는 데서 느끼는 무력감을 가르키는 말이다.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으로 생각되는 온실가스 배출을 지금부터라도 줄여야겠지만 문제는 딱히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수많은 자동차와 산업시설들이 화석연료 즉 석유석탄을 태워서 움직이고 가정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발전을 하다 보니 엄청난 온실가스가 생겨나는데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가 마땅치 않다. 그러다 보니 공장굴뚝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가두어 놓자거나, 지구와 태양 사이에 태양광 반사판을 띄우자는 등 황당한 방법들까지 제시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고무적인 논문이 발표된 게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생태영양학 전문가인 헬렌 하와트 (Helen Harwatt)는 현 미국정부의 지구온난화정책에 한계를 느끼고 대신 개인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연구를 해보았다. 그녀의 연구팀은 단 한가지의 변화 즉, 모든 미국인이 쇠고기 대신 콩을 먹는다는 가설을 세워보았다. 에너지 생산-소비구조와 자동차기술에 변함이 없으며 닭고기나 돼지고기 등도 지금처럼 섭취한다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쇠고기 대신 콩을 먹는 것만으로도 놀랍게도 2020년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제한목표를 무려 46~74%나 달성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엄청난 양의 콩이 소의 사료로 쓰인다. 소는 콩을 먹고 사람은 그 소를 먹는다. 문제는 쇠고기를 위해 소를 키우는 과정이 굉장히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소는 느리게 자라고 엄청난 양의 콩을 먹어치우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거기에다 쇠고기 생산산업의 규모는 거대하다. 세계최대의 쇠고기수출국인 브라질은 2억마리 이상의 소를 키우고 있다. UN에 따르면 지구상의 경작가능한 땅의 삼분의 일이 가축사료를 만드는데 쓰이고 있으며 얼음에 덮이지 않은 육지의 26퍼센트가 가축의 방목에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모든 미국인들이 쇠고기 대신 콩을 먹는다고 가정하면 미국경작지의 42%가 절약된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인 숲의 훼손과 토질의 저하도 대폭 감소할 것이다. 물론 이 논문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모든 사람이 당장 쇠고기를 끊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인들이 워낙 쇠고기를 즐기기 때문에 돼지고기나 닭고기 대신 가상실험의 대상으로 삼았을 뿐이다. 그래도 자기 잇속차리기에 바쁜 정치인들에게 의존할 필요없이 개개인의 의지로 해낼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하와트의 연구결과는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고기도 좋지만 콩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렵잖게 할 수 있는 일인 듯 해서 확실히 귀가 솔깃해진다. 아무리 지구온난화가 무섭대도 쇠고기 안먹고는 못산다는 분도 많겠지만 콩고기, 밀고기 등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햄버거에 쓸 수 있는 베지버거라는 것도 있고 라면에 들어있는 작은 고기조각 같은 것도 이런 식물성 고기이다. 한민족 최고의 성군이셨던 세종대왕도 고기사랑이 유별났던 분이지만 지금 계셨다면 당장 해보자고 하지 않으셨을까?


최영출 (생명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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