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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인디언 보호구역을 돌아보게 하는

‘윈드 리버’를 보고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2015)’와 ‘로스트 인 더스트 (Hell or High Water, 2016)’의 각본으로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시나리오 작가가 된 테일러 셰리던이 자신의 각본을 직접 연출까지 한 ‘윈드 리버’로 돌아왔다. 이 영화로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했고, 각종 언론의 호평을 받고 있다.

눈에 덮힌 와이오밍주의 윈드 리버 인디언 보호구역. 설원 위를 무언가에 쫓기듯 달려가던 소녀가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윈드 리버 어류 및 야생동식물보호국 소속 사냥꾼인 코리 (제레미 레너 분)가 소녀의 시체를 발견한다. 보호구역이라서 관할지 문제 때문에 사건을 FBI에서 직접 다룬다. 신입 FBI 수사관인 제인 (엘리자베스 올슨 분)이 자신의 첫 임무로 맡아 파견나온다. 지역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듯한 모습으로 나타나 미덥지가 않다. 광활한 보호구역을 경찰 단 여섯 명이 맡고 있다는 말에 경찰력의 도움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이자 코리에게 협조 요청을 한다. 코리는 제인의 요청에 기꺼이 응한다. 사실 그의 딸이 3년 전에 비슷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에 범인 색출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던 터다. 이번에 죽은 18세 소녀 나탈리 (켈시 초우 분)는 3년 전에 죽은 딸의 단짝이자 친구의 딸이기도 하다.

순백의 세계가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살기엔 무료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일할 곳도 없고, 즐길 곳도 없다. 꿈도 희망도 품을 여지가 없다. 남아있는 자들은 마지 못해 주저앉아 있거나, 벗어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대학까지 나왔다는 나탈리의 오빠는 가출해서 마약에 빠져 지낸다. 나탈리는 외지에서 들어와 있는 백인을 통해 이 지역을 빠져 나갈 방도를 찾고자 했다. 나탈리의 죽음 앞에 엄마는 자해를 하고, 아빠는 자살을 생각한다.

온통 눈 뿐인 세상에서 펼치는 범인 좇기가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한바탕 격전을 치르고, 법 바깥에서지만 적절한 정의도 구현하며 영화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영화는 사건의 해결 과정을 보여주기보다 이 땅의 인디언들이 처해있는 암담한 현실을 알리는 데 더 관심을 갖고 있다.

바깥 세상 사람들을 대표하는 FBI 요원 제인의 태도 변화는 감독이 바깥 세상에 요구하는 바를 보여준다. 처음엔 마을에 대해 별 사전 지식도 없이 왔지만, 수사를 진행하면서 점차 마을이 처해 있는 상황을 인식하기 시작하고, 결국엔 공감하는 데까지 다다라 울음을 터뜨린다.

마블 코믹스의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호크아이 역을 맡은 제레미 레너와 스칼렛 위치 역의 에리자베스 올슨이 호흡을 맞춘다. 특히 제레미 레너는 딸을 잃은 슬픔을 누르고 제인을 도와 사건을 파헤쳐가는 코리 역을 잘 소화하고 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허트 로커 (2008)’ 이래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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