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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여성판 007’의 탄생

‘아토믹 블론드’를 보고

샤를리즈 테론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될 듯하다. 그래픽 노블 ‘The Coldest City’를 원작으로 하여 ‘존 윅 (2014)’을 공동연출했던 스턴트맨 출신 데이비드 리츠가 감독을 맡았다. ‘존 윅’에서 선보여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다시피 한 롱테이크 액션 시퀀스를 이 영화에서도 보여주는데, 이를 위해 샤를리즈 테론을 하루 5시간씩 3개월 간 훈련시켰다고 한다. 이미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2015)’에서 여전사 퓨리오사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샤를리즈 테론이 첩보원 역을 맡아 한층 더 강도 높은 액션 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면서 ‘여성판 007’의 탄생을 보여준다. 영화 제목처럼 ‘원자탄 같은 (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금발의 여성’을 선보인다.

냉전시대.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기 직전, 1989년이 시대적 배경이다. 각국의 첩보원들이 암약하던 베를린에서 영국의 첩보기관 MI6의 요원이 살해당하고 중요한 자료 (비밀요원 리스트)가 사라진다. MI6는 범인인 이중 스파이를 잡고 자료를 찾아오라고 정예요원 로레인 브러튼 (샤를리즈 테론 분)을 비밀리에 베를린으로 급파한다. 현지에서는 MI6의 베를린 지부장인 데이비드 퍼시벌 (제임스 맥어보이 분)이 업무 협조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비밀이 누설된 듯, 로레인은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소련 KGB 요원들에게 납치 당할 뻔한다. 퍼시벌 지부장을 비롯하여 우방인 프랑스 첩보원 라살 (소피아 부텔라 분), 미국 CIA 요원 에메트 (존 굿맨 분), 현지 고용 정보원 메르켈 (빌 스칼스고드 분) 등과의 공조가 긴요한데, 실제로는 누가 내편인지 판단조차 어렵게 상황이 돌아간다.

샤를리즈 테론은 스파이의 새로운 원형을 제시한다. 여성임에도 남성 못지않게 거칠고 현실감 넘치는 액션 연기를 거의 대역 없이 직접 감당하면서 동시에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한껏 풍긴다. 게다가 ‘남성 007’이 흉내낼 엄두도 못낼 만큼 화려한 패션을 뽐낸다. 하지만 샤를리즈 테론의 화끈한 액션 신도 비슷하게 반복되면서 점점 흥미가 반감되고, 그녀만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다 보니 다른 배역들이 왜소해지며, 영화의 스토리가 빈약해지는 단점이 야기됐다.

‘23 아이덴티티 (Split, 2016)’에서 다중인격을 연기하고 ‘엑스맨’ 시리즈에서 젊은 찰스 자비에 (프로페서 X) 역을 맡았던 제임스 맥어보이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015)’에서 칼날 의족을 한 가젤 역을 맡고, ‘미이라 (2017)’에서 수천 년 만에 깨어난 아마네트 공주 역을 맡았던 소피아 부텔라 같은 배우들이 충분히 활용되지 않았다.



지나치게 잦은 반전도 오히려 반전의 묘미와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사운드 트랙은 좋다. 음악 선곡과 삽입 타이밍에 공을 많이 들였다. 뉴 오더, 데이비드 보위, 드페시 모드, 퀸 등의 80년대 음악이 주로 사용됐다.

전체적으로 볼 때,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다. 특히 샤를리즈 테론의 팬들에겐 선물 같은 영화다.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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