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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孝, 돈내고 삽니다.

전승훈 편집국 차장
(hun@cktimes.net)

부모 자식들간 효도 계약서 유행

천륜인 효 강제할 수 없어

요즘 효도 계약서를 작성하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인문학 가치인 효에 경제학 법칙인 수요∙공급의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효도 계약이 일반적인 부동산 계약의 원리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마치 부동산 계약서 상에 ‘부동산’과 ‘매매대금’을 바꿔 거래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 자녀를 ‘상대’로 효도라는 ‘부담’을 지어 ‘증여’하는 것으로 효도 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부모는 부동산을 넘겨줄 의무를 부담하고, 자녀는 부모를 방문하는 등 효도를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 효도 계약서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수중인의 부담 조건들이 실소를 자아낸다. 예를들어 증여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 매월 일정 금액을 생활비 명목으로 입금하고 매년 몇회 이상 증여자를 방문해야 된다는 내용 등이다. 만약 이같은 조건을 불이행 할 경우 증여받은 부동산을 반납해야 한다.

그로인해 ‘부모의 재산을 증여받은 자녀가 이후 부모에게 효도를 소홀히 하는 경우’ 증여자의 생전에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논어에서 공자는 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제자가 효를 물었더니 공자는 “요즘 효라는 것은 물질적으로 잘 봉양하는 것만을 일컫는 것 같다. 허나 개나 말을 가지고 이야기해도 모두 잘 길러주고 있는데, 공경함이 없다면 무엇으로 구별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부모를 봉양하는데 존경의 마음없이 단지 물질적으로만 봉양하면 개나 말 등의 동물을 사육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말이다. 효도는 마음에서 진정 우러나와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다른 제자가 또 다시 효에 대해 물었다. 이에 공자는 “어른의 안색을 살피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어른에게 구찮은 일이 있으면 제자가 그 수고로움을 대신하고, 술과 밥이 있으면 어른께서 잡수시게 하는 것만으로 일찍이 효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는 위의 대답과 맥락이 일치한다.

효의 본질이 단지 물리적 수고를 덜어드리거나, 음식을 먼저 드리거나 하는 차원에서 머무르는 외면적 치레가 돼서는 안되고 항상 부모를 살펴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천륜인 효도를 계약으로 강제하는 것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먼저 가능성 여부부터 의심이 든다.

자연스럽게 나타나야 될 효라는 가치에 인위적인 계약을 강조하면 부모는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으며 자녀들은 자신들이 효를 다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계약서 상으로 명시할 수 있는 효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이다. 자주 얼굴을 보이기만 하고 일정 생활비만 드리지만 공자의 말대로 진정 우러나옴이 없다면 그것이 과연 진정한 효일까.

이같은 의문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자녀들 얼굴 한번 보는데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돼버린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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