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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로마와 한국

그의 이름은 발레리우스. 기원전 509년 로마의 2대 집정관이다.
우리의 대통령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과 닮은 점이 적지 않다.
그는 이름난 갑부였고 전투마다 승리했다.
청계천 신화에다 돈 많은 이 대통령과 비슷하다.
두 사람이 집권 100일 만에 맛이 간 것도 마찬가지다.
발레리우스는 네 마리의 백마를 타고 개선한 게 탈이 났다.
옛날 왕이나 하던 거창한 행사였다.


베리안 언덕에 궁궐처럼 솟은 저택도 눈밖에 났다.
“발레리우스가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왕위를 노린다.
” 로마가 술렁거렸다.


민심 이반은 도를 더해 갔다.
동원령이 떨어져도 시민들이 전투에 나오지 않았다.
계곡에 모여 밤샘 농성을 했다.
발레리우스는 언덕 위 저택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봤다.
청와대 뒷산에서 촛불을 지켜보며 ‘아침이슬’을 들은 우리 대통령이 생각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공통점은 여기가 끝이다.
그 다음 장면부터 완전히 다르다.


자신의 나쁜 평판을 친구에게 전해 들은 발레리우스는 변명하지 않았다.
당장 저택을 부수고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는 낮은 습지의 허름한 집으로 옮겼다.
항상 대문은 열어두었다.
소통의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컨테이너 장벽인 ‘명박 산성’ 뒤에 숨은 이 대통령과 딴판이다.
발레리우스는 내각도 확 바꾸었다.
‘평민이 집정관에 오를 수 있다’는 법을 만들어 평민을 대거 발탁했다.
쇠고기 사태로 혼쭐이 나고도 ‘찔끔 개각’으로 땜질한 우리와 비교된다.
그래도 부족했을까. 발레리우스는 개인재산마저 도로와 하수도 사업에 털어넣었다.
갑자기 이 대통령이 헌납하기로 한 재산은 어찌 됐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머지않아 로마 시민의 마음이 돌아섰다.
발레리우스는 평민중심의 중무장 보병을 이끌고 수많은 전쟁에서 승리했다.
이후 그는 5번이나 집정관에 뽑히는 기록을 세웠다.
숨을 거둘 때 그에겐 장례 비용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로마 시민들이 조의금을 모아 성대한 장례식을 치르고, 그의 시신을 옛 집터인 베리안 언덕에 묻었다.
1년간 상복을 입고 애도했다.
공화국을 반석에 올린 그에게 ‘포플리콜라(시민의 친구)’라는 명예로운 존칭이 붙었다.
이후 발레리우스 가문은 15세기 중반 동로마제국 멸망까지 거의 2000년 동안 최고 명문가로 존경받았다.


이명박 정권도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할 텐데…. 그런데 자꾸 엇나가는 느낌이다.
뿔난 민심을 가라앉히려면 자기희생과 감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판(版) 발레리우스가 등장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2500년 전 로마보다 뭐가 나은 게 있을까. 초라하고 시시하다는 느낌에,『플루타르크 영웅전』의 발레리우스 편을 다시 한 번 읽어본다.


이철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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