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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오바마 해고"… 청중석에선 "힐러리 감옥에"

채병건 특파원, 뉴햄프셔 유세장 가다

북핵 관련 "미친 사람이 핵·핵 하고 … "
한국 무임승차론 연결시켜 비판도
500여 청중, 기자 빼고 모두 백인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호흡 척척
"지겹다" 항의하는 남성 끌어내


지난 11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윈덤의 한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유세 현장. 트럼프와 500여 명의 청중들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단원들처럼 박자가 맞아 떨어졌다.

트럼프: "준비됐습니까. 우리는 장벽을 만들 겁니다."

 청중: "예에.(함성)"



 트럼프: "누가 돈을 댑니까."

 청중: "(한 목소리로) 멕시코!"

 트럼프: "누구?"

 청중: "멕시코!"

불법이민자를 성폭행범으로 몰며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주장해 국제적인 논란을 빚었던 트럼프. 그러나 이날 유세장은 트럼프의 장벽에 환호하는 또 다른 미국이었다.

 함성을 지르며 동조한 청중들은 20여 분 전만 해도 삼삼오오 모여 잔잔하게 대화를 나누던 이들이다. 기자 앞의 나이든 백인 두 명은 "아마도 젭 부시가 중도 사퇴할 것 같다"며 점잖게 후보들의 득실을 논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전 11시 요란한 팝 음악 속에 트럼프가 행사장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연단에 선 트럼프가 시리아 난민 수용을 강행하는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한 뒤 "문제를 해결하려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면 되고 속성으로 할 수도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 당신은 해고야!"라고 말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가 개인 e메일을 공무에 사용한 클린턴 전 장관의 이름을 거명하자 청중들은 일제히 "우~"라며 야유를 보냈다. 트럼프가 아닌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야유다. 한 남성은 "힐러리를 감옥에! 힐러리를 감옥에!"라며 고함을 질렀다.

이날 트럼프의 연설 도중 "지겨운 얘기"라며 말을 끊은 한 남성도 있었다. 트럼프는 곧바로 "그 사람 끌어내"라고 소리쳤고 보안 요원들이 그를 행사장에서 내쫓았다. 그가 끌려 가는 사이 트럼프는 "나가(out), 나가(out)"라고 반복했다.

그간 막말 마케팅을 계속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가 트럼프다. 하지만 이곳에선 막말이 트럼프의 힘이다.

자신을 존으로 소개한 20대 청년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를 묻자 "미스터 트럼프는 워싱턴의 정치인과는 달리 과격하다(radical)"며 "과격하기 때문에 힘이 있다"고 말했다. 역시 20대 청년인 네클리스는 "정치인들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때문에 말을 못하는데 트럼프는 해야 할 말을 한다"고 칭찬했다.

지지의 변을 들으며 청중 사이를 다니다가 불현듯 이곳엔 아시안을 비롯한 유색 인종은 기자 한 명뿐이고 모두 백인이라는 게 느껴졌다.

트럼프는 이날 북한 핵 실험을 놓고도 자신의 단골 메뉴인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 비판으로 연결시켰다. 그는 "미친 사람이 핵, 핵, 핵 하고 있고 우리가 (한국을) 다 지켜주는데 미국이 얻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함성과 박수가 이어졌던 연설을 마친 뒤 트럼프가 연단을 내려서자 사진을 찍고 서명을 받으려는 청중이 몰려 연예인 행사장을 방불케 했다.

주최 측이 통제 차원에서 연단과 청중들 사이를 가로 막기 위해 설치했던 허리 높이의 펜스로 사람들이 달려갔고 이들에게 밀린 한 청년은 종이를 들어 올려 트럼프를 향해 "트럼프 대통령, 사인해 주세요"라고 고함을 질렀다.

트럼프가 떠난 행사장에서 만난 뉴햄프셔 주민 매디 볼디어는 "트럼프는 아직 대통령이 아닌데도 트럼프가 말하면 그대로 된다"며 "트럼프가 비자 프로그램 강화를 말하니 국토안보부·연방수사국(FBI)이 강력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는 속내를 참아왔던 보수 백인 유권자층을 시원하게 대변하는 탈출구였다.

원덤(뉴햄프셔주)=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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