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교사의 교실 밖 세상] 자녀 잠재력 믿고 지켜 보길…
지경희 카운슬러 / LA고등학교
몇 년 전 젊은 교육감이 LA인근에 새로운 학교를 많이 지어서 과밀학급을 해소하는 개혁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학생 수가 줄어들어 그렇게 잘 지어진 학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만 보더라도 학생 수가 예전의 절반으로 줄어들어 예전에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쓰던 임시건물은 교육국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여자 고등학교 건물로 사용한다. 한 학교 건물에 2개의 학교가 운영되는 것이다.
공교육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교육구를 향해 현장의 교사들은 툴툴거리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노력한다. 학교 상담실 분위기도 예전과는 다르다. 각 학교 상담교사 외에도 교육국에서 직접 파견하는 학교 출석 전문 상담가와 정신상담 전문 사회복지사들이 학교에 상주해 장기결석자나 무단결석자들을 직접 가정 방문하여 상담치료와 함께 그들의 학교 출석을 도와주고 있다. 문제 학생들 역시도 정신 상담 전문 사회 복지사들이 그들의 출석이나 학업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며 학교 생활의 적응을 적극 도와주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학생들의 필요에 맞춰 학교에서의 나의 역할 역시도 점점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수학과목 낙제생들을 위해 보충 수업 진행이나 학업 부진아의 학습진행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의 진행 등 좀더 구체적으로 학생들을 위해 한 일들에 대한 기록을 컴퓨터에 일일이 남겨야 하는 등 세밀한 일에까지 신경을 쓰게 되었다. 더군다나 학생의 졸업률이나, 대학 진학률, 그리고 학과목 낙제율 등 현실적인 데이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공교육이 허술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렇듯 많은 뜻있는 교육행정가들의 숨은 노력이 학생의 교육 전반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부모님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아울러 내년엔 부모님들이 학교를 믿고 학교 행사나 학부모 세미나 또는 강연회에 좀 더 열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나도 내 나름의 성장한 모습으로 2017년을 맞고 싶다. 새해에는 좀더 순해진 큰언니의 모습으로 학생 곁에 있고 싶다. 수학이 남보다 2년 앞서 듣는 것이 학생의 성장에 어떤 결과가 될지는 모르겠다. 성적 4.0을 받은 학생이 3.0을 받은 학생보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다만 학생 개개인이 지닌 그들의 잠재력, 그리고 그들의 어설픈 꿈이 여물어가는 모습을 나는 지켜주고 싶다.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찾아 허우적대며 길을 헤매더라도 학생들의 소리없는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때까지 나는 기다리며 그들의 금의환양을 두 팔 벌려 반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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