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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늘 꿈을 꾸어라

'흥부-글로 세상을 바꾼 자'란 영화를 봤다. 갑자기 자동차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김주혁의 유작이라 일부러 찾아 본 것이다. 영화는 조선 헌종 재위 당시 양반들의 권력다툼으로 백성들의 삶이 갈수록 힘들고 피폐해지는 환난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향한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에서 김주혁은 조정의 실세로 야심가인 형 병조판서 '조항리'(정진영)와 달리 백성의 정신적인 지도자인 '조혁'을 맡았다. 조혁은 음란소설 작가인 '연흥부'(정우)에게 세상을 풍자할 수 있도록 자기 형제 이야기를 소설로 써보라고 권해 '흥부전'을 탄생시킨다.

영화 말미, 조혁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어미 제비를 가리키며 흥부에게 "저 제비를 보아라. 자신의 본분을 하고 있지 않니? 넌 자신의 본분을 하면 된다. 그러니 늘 꿈을 꾸어라"하고 말한다. 흥부는 "예, 제비가 물어다준 박이 터지기를 늘 꿈꾸지요. 희망의 박 말입니다" 스승의 가르침에 화답한다. 이 장면이 이상하게 큰 울림을 주었다. '늘 꿈을 꾸어라'라는 조혁의 말이 마치 이번 부활절의 메시지처럼 가슴 속에서 메아리쳤다.

부활의 의미는 말 그대로 죽었다 살아남을 의미한다. 역사 속에서 예수님은 사흘만에 부활하시어 많은 이적을 행하셨다. 사실 생각의 지평을 조금만 돌리면 우리네 삶의 매일이 부활로 여겨진다. 우리가 잠잔다는 건 몰아의 상태이니 자고 나서 아침에 일어나면 그것은 또 다른 의미의 부활이 아닐까. 그러니 눈을 뜨면 부활한 내가 너무도 감사해서 "굿모닝, 예수님! 부활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 살게요" 감사인사를 하게 된다. 잘 때는 "오늘 제가 말과 행동으로 저지른 잘못들 무조건 용서해 주세요.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저를 그대로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서와 감사를 부탁하며 잠자리에 든다. 미니멀리즘의 절정처럼 간단한 기도다.

나는 나의 종교인 가톨릭을 아주 좋아한다. 가톨릭에도 다른 종교들처럼 좋은 기도문이 참으로 많다. 젊었을 땐 하도 희망사항이 많아서 한번 기도를 시작하면 기도 책 거의 대부분을 섭렵해야 했고, 거기서 느끼는 희열 또한 무한대였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그렇게 시시콜콜 부탁하면서 내 하느님을 귀찮게 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렇잖아도 지구상의 인류들 안녕을 살피느라 고달픈 신에게 나마저 그 무게를 더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기도의 양이 줄고 줄어 초간단으로 압축됐다. 우리가 말하든 아니 하든 전지전능 하신 신은 다 꿰뚫고 계시고, 물론 그에 합당한 처방전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으신다.



흥부전을 보면서 꿈을 꾸라는 조혁의 웅변이 내게 부활의 선물이 됐다. 매일 부활하듯 흥부가 말하는 희망의 박을 타는 일, 꿈을 꾸는 일. 꿈을 꾸는 오늘은 아름답고, 꿈을 꾸는 오늘은 신나고, 꿈을 꾸는 오늘은 힘이 넘치고, 꿈을 꾸는 오늘은 멋지고, 꿈을 꾸는 오늘은 유쾌하고, 꿈을 꾸는 오늘은 행복할 것이다.

인간이 꿈을 가지고 노력하면 통계적으로 70~80%를 이룬다고 한다. 그러므로 꿈은 꿀 수 있는 만큼 크게 가져야 한다. 그러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으니 말이다. 꿈은 결코 젊은이들만의 전용물이 아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우리는 매일 꿈 꾸고, 나이가 많으면 남은 날이 넉넉지 않기 때문에라도 더 많은 꿈을 꾸어야 한다. 그래야 매일의 삶이 윤택해지고 활기차게 된다.

부활한 오늘, 꿈을 꾸는 오늘, 그 오늘이 지속되는 매일의 삶들. 삶의 끝날을 향해가는 매일일망정 끊임없이 꿈을 꾸는 까닭으로 하여 부활은 오늘도 찬란하다.


이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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