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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세상] 오타니의 경쟁력 '바른 생활'

2016년 말이었다. 도쿄 중심가의 한 호텔에서 성대한 행사가 열렸다. '일본 프로스포츠 대상'이라는 이름의 시상식이었다. 종목을 불문하고 1년간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현역 선수에게 주어지는 권위있는 상이다. 영예의 주인공은 앳된 야구 선수였다. 오타니 쇼헤이라는 이름의 니혼햄 파이터스 투수 겸 타자다. 고교 졸업 4년만에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되며 리그를 평정했다.

큼직한 트로피와 함께 부상이 수여됐다. 고급 세단 승용차였다. 기자들이 물었다. '차는 어떻게 할 거죠?' 수상자가 아직 운전면허가 없음을 알기에 나온 질문이었다. 답변이 난감했다. "이제와서 면허를 따기도 그렇고…." 어물어물 넘어갔다. 결국 승용차는 친지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살 때였다. 한참 피가 끓을 나이 아닌가. 돈도 꽤 벌었다. 연간 수억엔(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고액 소득자가 자기 차는 커녕 아직 면허도 없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설명하는 단적인 예다.

톱스타였지만 여전히 숙소에서 생활했다. 구단의 2군 선수들과 함께 지낸 것이다. 보통이라면 번듯한 집을 얻어 자유로운 생활을 즐길 법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혹시라도 외출할 일이 생기면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절차를 밟았다. 감독이나 코치에게 미리 허가를 받는 일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모두 자청한 일이다.



훈련장과 숙소를 오가는 게 일상의 전부였다. 교통 수단은 구단 버스면 충분했다. 돌아올 때 집 근처 편의점에 잠시 들르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간식 크레페를 사기 위해서다.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는 단 것으로 풀었다. 그나마 크레페마저도 기름이 많아서 몸에 해롭다며 나중에는 일본식 과자로 바꿔야겠다는 반성을 했다.

철저한 금욕생활을 지켰다. 술, 담배는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스스로 '무취미'를 선언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희생할 것이 많다고 다짐한 탓이다. 여가를 즐긴다고 해봐야 기껏 독서, DVD 시청이다. 그나마도 시력 보호를 위해 절제했다.

일본에서 한 때 유행했던 만다라트 계획표라는 게 있다. 목표달성 차트 같은 것이다. 오타니가 고교 1년 때 작성한 것을 보면 그의 장래 꿈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프로 8개 팀으로부터 드래프트 1번으로 지명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72가지로 가지런히 정리됐다. 대부분은 야구와 관련된 것들이다. 하지만 경기 외적인 부분들도 꽤 있었다. 인성, 태도에 관한 것들이다. ▶인사 잘하기 ▶ 쓰레기 줍기 ▶방 청소 잘하기 ▶(야구) 도구 아껴쓰기 ▶심판 선생님에게 공손하기 ▶플러스 사고 ▶응원받는 인간 되기 같은 것들을 빼곡히 적어놨다.

성장기의 관심사는 몸집 불리기였다. 더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서는 체중이 필요했다. 고교 시절 3년간 매일같이 밥 13공기 씩을 먹어치웠다. 아침과 점심에 각각 3공기씩, 그리고 저녁 때는 7그릇을 비웠다. 덕분에 졸업할 무렵에는 20㎏이나 몸무게가 불었다. (현재 193cm, 95kg.)

올해 미국 진출 때 연봉은 최고액이 제한됐다. 54만 5000달러를 넘길 수 없었다. 작년에 일본에서 받던 2억 7000만엔(약 270만 달러)의 1/5에 불과한 액수다. 국제 신인으로 자격이 분류된 탓이다. 만약 2년만 늦춰 FA 신분으로 이적했다면 연간 2000만 달러는 충분했을 것이다. 엄청난 손해를 감수한 이유는 물론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그는 여전히 아버지로부터 용돈을 받는다. 한달에 대략 1,000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신은 뚜렷하다. "돈이야 뭐. 야구를 즐겁게 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팀에 대한 책임감, 팬들에 대한 의무, 자신이 정한 가치를 향한 매진. 그걸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는 24살짜리는 섬뜩할 정도다. 100마일짜리 직구보다, 호쾌한 스윙보다, 아마도 그의 가장 큰 경쟁력은 그런 '바른 생활'일 것이다.


백종인 /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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