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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소 달구지의 추억

요즘은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북한 땅의 추억에 젖곤 한다.

내가 세 살 쯤 되었던 어느 화창한 날 만삭의 엄마 손을 잡고 집 한 채 없는 넓은 들판 자갈길 신작로를 뒤뚱뒤뚱 걸어가고 있었다. 빈 소 달구지를 끌고 가던 농부가 어린 내가 애처롭게 보였는지 나를 소 달구지에 태워주었다. 그 때 나는 엄마도 함께 타라고 몸부림치며 울어댔었다. 얼마 후 엄마도 내가 탄 소 달구지에 함께 올라 타 내 손을 꼭 잡고 환히 웃으셨다.

그곳이 바로 38선 이북 함경북도 웅기라는 곳이다. 웅기에 사시던 큰 아버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고 한다. 엄마와 함께 탔던 그 소 달구지가 덜커덩거리며 자갈길 신작로를 달리고 있었을 때 얼마나 행복했던가! 엄마와 함께 했던 그때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 지금도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울렁거린다.

내가 자라면서 어머니도 그 때 일을 종종 이야기 하셨다. "우리 영순이가 효녀였어. 그 때 내가 걸어가기가 너무 힘이 들었는데 우리 영순이 덕에 소 달구지에 함께 탈 수 있었지." 환하게 웃으며 대견해 하시던 어머니 말씀에서 만삭의 몸으로 걷기가 얼마나 힘드셨을까를 나는 커서야 알았다.



그때 그 세월은 속절없이 지나갔으나 엄마와 함께 덜커덩 덜커덩 소 달구지를 타고 가던 그 행복감은 지금도 나를 사로잡고 있다. 그 옛날 거친 광야 신작로 길에서 힘겨웠던 우리를 태워주셨던 그 소 달구지 주인에게 이제서야 나의 고마움을 전해드린다. 그 소 달구지를 타고 가는 우리 모녀의 모습은 한 편의 값진 고전 그림과도 같은 추억이다.

지금은 마음대로 갈 수 없는 분단의 조국을 생각하면 오늘도 가슴이 아프다.


이영순 / 샌타클라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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