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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파랑새가 사는 집

"You go home and good dinner?"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가려고 막 주차장으로 들어서는데 낯익은 홈리스 흑인 청년 론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넨다.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당신은 집에 가서 멋진 저녁 식사를 가족과 함께 하겠지요'라는 뜻일 게다.

작년 4월쯤이었다. 그날 따라 유난히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어 엄동설한 같이 추웠다. 아무 생각 없이 론의 말을 흘려듣고 "내일 봐, 론" 하고 얼른 차에 올랐다. 저녁을 기분 좋게 들고 아내가 건네준 커피 향으로 입가심을 하는데 강한 바람이 창문을 흔들어 밖을 내다보다가 문득 잠시 전 론이 나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날이 저물어도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 어려움을 함께할 가족이 없다는 외로움은 얼마나 큰 슬픔이겠는가.

따뜻한 집에서 살고 있는 행복한 사람들은 집 없는 사람들의 슬프고 힘겨운 삶을 정말로 알지 못한다. 이 추운 날씨에 홀로 거리에서 잠을 자며 힘겹게 살아가는 론이 나에게 던진 한 마디 말. 하루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가 그는 얼마나 부러웠을까.

'행복'이란 시가 생각난다.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 속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행복을 집 밖에서 찾으려고 동분서주한다. 파랑새만 찾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찌루찌루와 미찌루 형제는 파랑새를 찾아 길을 떠났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자기들이 찾던 파랑새는 집 새장 안에 있었다는 마르테링의 소설 '파랑새'가 생각나는 날이다.

집 밖 어디에도 파랑새는 없는데 사람들은 자주 문 밖으로 눈을 돌리고 한눈을 판다. 올해에는 우리 모두 정신 새롭게 차리고 가정에서 파랑새를 찾는 즐거운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There is no place like home. Home sweet home.'


이산하 / 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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