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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워마드'에 박수 치는 여성들

워마드(Womad)는 시정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여성극단주의 온라인 커뮤니티다. 2016년 1월 22일 포털 사이트 '다음'에 둥지를 틀고 페미니즘을 표방한 뒤 실체를 드러냈다. '느개비 후장'이란 익명으로 통한 여성이 카페의 대표였다

1973년 이후에 출생한 여성 회원들로 구성된 워마드는 혐오 되돌려주기라는 미러링(mirroning)으로 남성을 향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며 분기탱천하고 있다. 이들은 대상이 생물학적 남성이라면 그가 예수건 대통령이건 또는 남편이건 가리지 않고 '한남충'으로 여기며 패륜적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워마드는 온라인 진지에서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비속어와 육두문자, 그리고 미디어를 총동원했다. "한국 남자는 숨을 내 쉴 때마다 한번씩 조져야 한다." 그러고는 덧붙여 말했다. "한국 남충들이 우리더러 '김치녀'라 한다. 그렇게 말하는 지눔들은 꽁지남(돈 안쓰는 치졸한 남자) 아니냐?"

이들은 여성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무차별적 언어 테러와 물리적 테러도 불사했다. 워마드는 남성 비하를 목적으로 목욕탕에서 알몸으로 목욕하는 남성의 정면 나신을 몰카로 찍은 뒤 이를 인터넷에 노출시키며 희희낙락했다. 한술 더 떠 비아냥 투의 해설까지 첨언해 같은 여성들에게는 즐거움을, 남성들에게는 경악을 안겼다.

뿐만 아니다. 워마드는 작심한 듯 대한인의 영웅으로 칭송 받는 독립운동가를 향해 미친 테러리스트 또는 한남충이라고 능멸했는가 하면, 성체 훼손 사진을 게시하며 신성모독을 즐겼다. 성체는 예수의 몸이고 그 또한 남성이기에 워마드에게 있어서는 매우 흥미로운 풍자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쯤이면 워마드의 실체가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먼 패륜 집단임을 예단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인 가녀린 남성들(지체부자유자)과 차별화 된 성소수자, 육체적 기능이 저하된 노인 남성 등을 대상으로 마치 먹잇감을 사냥하듯 혐오와 냉소 섞인 저주의 말 폭탄을 퍼붓는 이들 워마드에게서 섬뜩하고 암울한 대한민국의 여성시대가 오버랩 된다. 이미 언론에서도 워마드를 가리켜 극우 커뮤니티인 '일베'보다 한 발 더 나간 '극단적 치마부대'로 묘사했다.

한편 워마드의 해프닝이 연일 언론의 톱기사로 게재되고 있는 가운데 미주 한인 여성 상당수가 워마드에 박수를 보내며 응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밀집 지역인 LA를 비롯한 뉴욕 메릴랜드, 시카고 등지 한인 여성들은 워마드 사건과 관련, 이번 기회를 빌려 '아직도 북어와 여자는 패야 제 맛'이라는 전근대적인 남존여비 사고의 고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전언이다.

서구의 전유물로 여겨온 페미니즘은 오래 전 가수 윤복희의 초미니 스커트 사건을 계기로 여성 필력가들과 여성 사회활동가들의 끊임없는 저항과 외침에 힘입어 사반세기 만에 힘겹게 뿌리를 내렸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물론 미주를 비롯한 지구촌 한인사회에서는 시대착오적인 '남존여비' 잔재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성 대결에 있어서 오히려 여성이 한 수 위인 미국에서조차 한인 남성들은 아직도 여성들을 향해 눈을 치켜 뜨고 "치마 두른 여자가 감히' 하며 여성을 폄하하기 일쑤다. 그래서 일까. 한인 여성들이 워마드를 향해 속이 다 후련하다고 박수를 보내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여성 극단주의 집합체인 워마드 사건은 한인사회에도 상생과 존중이 사랑과 평화를 보장한다는 경종을 울려주었다. 혜안을 지닌 선지자들은 세상이 혼탁한 이유를 이렇게 진단했다. "질투와 증오를 가득 담고 있는 마음을 씻어주고 보듬어 줄 이웃 사랑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산해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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