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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물소리 바람 소리

이산하 / 노워크
이산하 / 노워크 

[LA중앙일보] 발행 2018/08/22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8/21 20:44

물소리 바람소리가 다 같은 자연의 소리인데 느끼는 감정은 서로 다른 것 같다. 숲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으면 사람 사는 일이 허허롭다는 생각에 먼 나그네 길을 훌쩍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폭풍우라도 몰아치는 날이면 마음은 황량한 추수 끝난 들녘 같아 스산한 마음이 든다. 주야로 그치지 않고 흘러가는 물소리를 듣노라면 저 소리가 세월이 흘러가는 소리이고, 인생이 흘러가는 소리구나 생각하니 시간에 대한 관념이 새로워 지기도 한다.

바람소리는 귓가를 메마르게 하고 허전하게 들리는 것과 달리 물 흐르는 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 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옛 중국의 선승 임제선사는 '즉시현금 갱무시절(卽是現今 更無時節)'이라고 일렀다. 바로 지금이지 다시 시절은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한번 지나가 버린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도 기대를 두지 말고 오직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라는 말이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 같은 것, 외로움이 아무리 깊어도 눈보라 같은 것. 인생 살아가면서 근심, 걱정없는 사람 누가 있을까.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가 있을까.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가 있을까. 흉 허물없는 사람 어디 있을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 지녔다고 기 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고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고 큰소리치지 말고 명성 얻었다고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깐 다니러 온 세상, 다 바람 같은 거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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