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북한과 핵 폐기
한국은 2차대전 종전과 동시 열강에 의한 분단에 더하여 6·25 전란과 휴전으로 남북이 분단선을 사이에 둔 채 긴 세월 동안 적대적 이념·체제로 대치했다. 다시 하나로 통일되기엔 파인 골이 너무 깊어 보였는데, 올해 초 평창올림픽에 북한팀의 참가와 예술단 내한 공연으로 시작된 화해 분위기가 달아올랐다.마침내 분단 이후 처음으로 평양이 아닌, 남북 대척 원점인 판문점에서 양측 정상의 역사적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어서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르게 되니 닿을 수 없을 듯 멀었던 북한이 금세 가까이 다가서며 어렴풋한 통일의 꿈에 젖어 들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정신을 추슬러 눈을 들어 보면 지난해 이맘때 쯤 북핵이 완성되어 미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것으로 보였고 올해 2~3월 전까지 불가역적 핵 폐기를 목표로 미국 주도의 대응책이 요란했었다. 하지만 그 한계점을 훨씬 넘긴 지금까지 몇 단계 형식만 거쳤을 뿐이다.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진전이 없는 동안, 이제는 그 모두를 완성한 것이 아닌가 아찔한 생각이 든다.
북한의 체제 존속 집념은 동족 간 전쟁, 친족·측근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까지도 불사하며 이를 확고히 담보하기 위한 절대무기인 핵을 가지려는 갈망을 그 어떤 것으로 대체하거나 외부의 힘으로 억제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 북핵이 완성되고 나면 미국이라도 쉽사리 다룰 수 없을 테고 중·러를 바람막이로 적절히 이용하면서 남한을 겁박해 실리를 챙길 수 있겠다는 계산이다.
북한이 주민들의 배를 불려주기 위해 그들 최상의 과제인 체제 보장의 열쇠를 남의 손에 맡길 것인지 의문이다.
무성했던 군사 옵션도 지난 2, 3월에 쓸 수 있었지 이젠 때늦은 게 아닌지. 이제 남한은 시종일관 선 북핵 폐기의 확고한 의지로, 미국과의 단단한 결속과 공조로 대처함이 북한의 그릇된 야욕을 꺾고 다 같이 살 수 있는 길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윤천모 / 풀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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