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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작품' 같은 인간

세상에는 '상품'과 '명품'이 있다. 상품은 말 그대로 일상용품이다. 명품은 특별한 것을 뜻한다.

상품은 언제 어디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하나, 명품은 고급 백화점 또는 특수 매장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상품은 일상적인 소모품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을 호가하는 핸드백과 옷, 시계 등 명품은 귀하게 취급한다.

명품이 상품보다 수백, 수천 배 이상 대접을 받는 것은 진가(眞價) 때문이다. 상품은 대량생산과 유통을 통해 획일적인 소비로 이어진다. 하지만 명품은 장인 또는 유명 메이커에 의해 한정된 생산과 유통이 따를 뿐이다.

그런데 지구별에는 명품보다 더욱 뛰어난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작품(作品)이다. 명품은 오랜 기간을 사용하다가 중고 시장에 내놓으면 가격이 낮아진다. 그러나 작품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가격과 명성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고려청자가 그렇고 조선 시대 화가의 그림이 대표적 예다.



이처럼 지구별에는 흔해 빠진 상품과 품격을 갖춘 명품,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작품이 존재한다. 인간들 사이에도 각각의 품격이 있다. 비유하면 이렇다. 불량 상품처럼 쓸모가 없는 사람. 비누처럼 처음에는 관심을 끌다가 이내 거품처럼 사라지는 사람. 명품처럼 대했는데 알고 보니 속 빈 강정 같은 사람. 대하면 대할수록 작품처럼 진국인 사람.

유독 자신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이 시대에는 스스로를 '작품'이라 일컫는 나르시스병 환자들로 넘쳐난다. 이들 자화자찬주의자들의 진면목을 살펴보면 작품은커녕 재활용도 되지 않는 '짝퉁'들이 다반사다.

우리는 허세가 아닌, 진리로 가득 찬 작품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스스로를 낮추고 겸양한 태도로 세상을 섬기는 자세 말이다. 낮에 시장터에서 등불을 들고 반듯한 인간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견유철학자처럼, 인간다운 인간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다.


이산해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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