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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진정한용서

하느님께서 삼위일체로 현존하는 비결도 사랑이요, 그 하느님께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사용하신 방법도 사랑이다. 서로 다른 두 존재를 하나로 만드는 것도 사랑이다. 그러므로 사랑과 구원을 청한다면 우리는 이런저런 분석과 평가를 내려놓고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

그런데 사랑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아마도 '용서'일 것이다. 나를 모욕한 사람을 용서하는 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한 사람을 용서하는 건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신적인 일'이다. 용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기에 예수님은 주님의 기도에서 "용서하라!"고 두 번이나 강조하셨다. 이렇게 용서하기가 어렵다 하더라도 우리는 용서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해야 한다. 왜냐하면 남을 미워하는 것은 내가 독약을 마시고 다른 사람이 죽기를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움은 자신을 망가지게 할 뿐,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용서는 잊어버리거나 타협하는 것, 상처 준 사람의 잘못을 면제해 주는 것, 그냥 참거나 얼른 화해하는 게 아니다. 망각, 타협, 면제, 참음, 이른 화해는 용서처럼 보이지만 실은 용서가 아닌 것들이다. 용서란, 마음에 쌓인 원망과 분노를 내려놓음으로써 나의 분노가 다시 나에게 상처 입히는 일을 없애는 것이다. 아픔을 당한 그 시간과 상황을 슬픔과 함께 떠나보내고 이제부터는 현재를 살겠다는 용기 있는 결단이자, 과거의 그 아픔에 더 이상 묶이지 않고 아픈 기억을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겠다는 의지적인 결단이다. 한 마디로, 용서는 노예해방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은 수용소에 갇혀 온갖 고초를 겪고 죽임을 당하면서 이런 글을 남겼다. "주님, 선의를 가진 사람들뿐 아니라 악의를 품은 사람들도 기억하소서. 그들이 저희에게 준 고통만을 기억하지 마시고 그 고통을 통해 성장한 저희 마음의 위대함도 기억하소서. 우리가 서로 믿고 의지하며 친절을 베풀고 자신을 낮추며 용기를 잃지 않은 것은 그 고통으로 맺게 된 열매입니다. 저희에게 고통을 준 그들의 마지막 심판 날에 저희가 맺은 이 모든 열매들이 그들을 위한 용서의 제물이 되게 하소서!"



이렇듯 용서는 우리를 숭고한 아름다움에 이르게 하기에, 용서는 의무이기 이전에 그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상처받은 이들의 '권리'다. 나에게 부당한 상처를 입힌 그 사람에게 사랑과 관대함과 연민을 갖고 아무런 사심 없이 행동하려는 의지가 용서이고, 이 용서를 실천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용서하시는 사랑에 신뢰를 두는 사람으로서 죽는 날까지 어떤 불완전함을 가졌을지라도 평화롭게 살아갈 것이다. "여러분의 입에서는 어떠한 나쁜 말도 나와서는 안 됩니다.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에페 4,29.31)

park.pio@gmail.com


박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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