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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전 인류의 사진작가화

바야흐로 전 인류의 사진작가화(化)가 완성단계에 이르른 것 같다. 이와 함께 전 인류의 모델화도 빠르게 진행중이다. 세계 어느 곳이건 유명한 관광지에 가보면 바로 실감할 수 있는 일이다.

모두들 경쟁적으로 사진 박고, 가지가지 포즈로 모델 서기에 여념이 없다. 이른바 인증샷 소동이다. 저마다 사진발 좋은 명당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툼이 치열하다. 예의고 체면이고 그런 건 아예 없다. 잽싸게 먼저 차지하는 놈이 임자다. 조금이라도 더 멋진 장면, 남들과는 차원이 다른 아슬아슬한 사진을 찍으려다가 떨어져 죽고 다치고…그런다. 노르웨이의 혓바닥 바위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이 여럿이고, 그랜드캐년에서도 그런 사고가 있었다. 그래도 찍는다.

식당에서도 음식이 나오면 먹기 전에 우선 찍는다. 그러다보니 여행의 본질마저 변해버렸다. 말 그대로 오늘날의 여행은 오로지 사진 박기 위한 장소 이동이다. 명승지는 사진의 배경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곳에 스며있는 역사와 전통, 문화적 향기, 삶의 체취 따위에는 관심 없다.

모든 것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보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시각이 달라지니 가치관도 자연히 달라지게 마련이다. 여행을 통해 자기 내면을 돌아보고,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일은 카메라 렌즈로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극성스럽게 찍어대는 것인가?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라도 인증을 하지 않고는 불안하고 외로운 것이다. 멋있게 표현하자면, 현대인의 본원적 고독에 대한 존재론적 어리광인 셈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자기 자랑이다. 나를 보라, 멋지지 아니 한가, 나는 이렇게 근사한 곳에 다니며 이렇게 멋진 사진을 박을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자랑을 늘어놓아 여행 못 가는 사람의 염장을 지른다.

이른바 전 인류의 사진작가화는 문화 예술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지적한 대로, 새롭게 나타난 현대의 복제기술이 전통적인 예술개념을 전복시키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필름값이 아까워서라도 신중하게 골라서 찍어야 했다. 그래서 사진작가는 함부로 셔터를 눌러서는 안 되는 신중한 관찰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마구 찍어도 된다. 엄청나게 찍어대서 그 중에서 쓸 만한 것을 고르면 된다. 사진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이 바뀐 것이다.

보관 방법도 그렇다. 전에는 돈을 들여 현상을 해서 앨범에 정성껏 보관했지만, 요새는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면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저 컴퓨터나 구름 창고에 저장하고는 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쯤에서, 찍는 재미, 박히는 재미, 보내서 자랑하는 재미로 찍는 사진, 또 그것으로 인해서 변질되어버린 여행의 의미 같은 본질적인 것들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그런 생각이 든다.

거두절미하고, 여행은 사진 박으러 다니는 장소 이동이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전문적인 사진작가나 여행작가라면 모르겠지만.


장소현 / 극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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