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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연꽃향기 온 누리에 가득히

박재욱 법사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박재욱 법사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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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9/07/30 종교 22면 기사입력 2019/07/29 19:13

"내딛는 걸음마다 꽃이 피었다."

경전 속 설화에 의하면, 붓다께서 태어나 일곱 걸음을 걷고 사방을 둘러보았다는데, 발자국마다 연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불교는 연꽃과 함께 시작된 셈이다.

연꽃의 계절이다. 풍요로운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드러나는 청·백·홍·황의 꽃 빛은 정결하고 곱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학처럼 고아하고, 향기는 맑고 그윽하다.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는 꽃'이다.(이태백)

이처럼 부드러운 자태와 매사 삼가마지않은 품성은, 동양이 추구하는 겸양의 미덕을 상징하기에 맞춤이다. 그래서 유교 권역에서는, 연꽃을 고고한 군자의 꽃으로 여겼다.

연꽃은 불교를 상징한다. 까닭은 여럿이지만 크게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처염상정(處染常淨)이다. 연꽃은 깨끗한 물에 살지 않는다. 진흙 같은 더러운 물에 살지만, 꽃이나 잎은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

이는 번뇌 속에서도 번뇌에 물들지 않는 붓다의 청정성을 대변한다. 또한, 더러움을 떠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정화하는 연꽃처럼, 예토인 사바를 사는 중생도 항상 청정한 본성을 잡도리하여, 맑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 탁세를 정화하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다음은 화과(인과)동시. 꽃(원인)이 피는 모든 초목은 꽃이 지면서 열매(결과)를 맺지만, 연꽃만은 꽃이 핌과 동시에 열매가 자리 잡는다.

깨달음을 얻고 나서 이웃을 구제하는 일이 수행의 목적이 아니라, 이기심을 버리고 자비심을 키우며 동시에 이웃을 위해 사는 일 자체가, 깨달음의 삶이라는 것이 화과동시의 숨은 뜻이다.

그밖에 영원성과 연화합장 등을 들 수 있다. 연 종자는 천년이 흘러도 썩지 않고 인연이 되면 싹이 트기도 하여, 진리의 '불생불멸'을 상징한다. 2000년 묵은 '대하연' 종자가 발아한 예도 있다.

그리고 막 피어오른 연꽃의 봉우리는 합장하고 있는 경건한 모습이다. 합장은 몸과 마음을 다한 공경을, 대립과 갈등을 아우른다는 뜻이 있다.

특히 연은 꽃잎과 잎, 열매, 뿌리까지 식재료로 아낌없이 주는 식물이어서 자비를 연상시킨다.

이로써, 지혜와 자비를 상징한 연꽃은 불교인이 존숭하는 '꽃 중의 꽃'이 된 것이다.

혼탁한 세상, 천근 삶의 무게를 벗으나, 이처럼 고귀한 꽃을 잠시나마 관조해 볼 일이다. 문득 한 송이 연꽃으로 피어나, 그 향기 온 누리에 가득할지.

"청아한 한줄기의/ 연꽃송이 피어오르니// 그 향기 맡는 이는/ 마음마다 연꽃피어/ 사바의 속진번뇌/ 모두 다 사라지고/ 이르는 곳곳마다 연화장세계로세// 내 마음 연꽃같이/ 영원히 피어나리"(찬불가 '연꽃 피어오르리' 중에서)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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