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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쉬지 않는 사랑

10년 전쯤 아이들과 함께 보았던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장르가 장르이다 보니 많은 아이를 기대했던 영화관에는 의외로 백발의 노부부들도 많았던 기억이 있다. 영화가 시작되고 5분쯤 지나자 의자에 깊숙이 앉아있던 사람들이 몸을 앞으로 움직이며 탄식을 흘러내었다. 의외인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모두 어른들이었다. 엘리와 칼 부부의 인생을 5분 속에 담은 파노라마 시퀀스 때문이었다. 아카데미 상을 받았던 애니메이션 'Up(업)'이었다.

50여 년의 삶을 조각처럼 나누고 기가 막히게 이어붙여 표현했던 이 5분은 몽타주라는 말이 주는 의미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너무나 평범한 한 부부의 이야기 속에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눈가를 촉촉이 적셨다. 아니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그래서 행복한 부부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랑의 조각들은 추억에 갇히고 묻혀버린다. 영화는 행복조차도 추억으로만 묻히면 오늘은 불평으로 가득한 고집쟁이 할아버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해준다.

가끔 "예전이 좋았다"는 추억담을 듣게 된다. 어떤 신자는 처음 믿음을 고백했던 순간을 추억한다. 마음을 다해 주님을 사랑하고 성도를 섬겼던 시간을 말한다. 그에게 그 시간은 행복한 조각이었다. 그러나 그때가 너무 좋았다는 말은 행복이 묻혀있다는 말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런 조각들을 추억에 가두고 오늘은 마치 불행을 먹고 있는 고집쟁이가 되어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가 막히게 조각을 붙여놓은 몽타주가 가능한 이유는 지루해 조차 보이는 매일 매일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매 순간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를 이끌었고 숨어있는 듯하지만, 함께 기뻐하고 같이 우셨던 주님이 계시다. 우리 인생의 주인이시지만 섬기는 종처럼 우리 뒤에 서서 우리를 빛나게 해주시며 기뻐하신 주님이 조각을 이어주고 계시다. 주인공 같은 우리에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우리가 살아 있던 장면들이 아련해진다. 그래서 그 조각은 그저 꺼내 보는 추억이 되어버린다. 나이를 먹어가는 우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 장면 장면 모두에게 초점을 맞추면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있던 하루하루가 보인다. 바빴지만 놓치기 싫어 펼쳤던 말씀, 함께 기도해 주던 형제들의 무릎, 혼자인 것 같았지만 손을 모으면 마음속에 이미 기도하고 계셨던 주님의 음성, 그리고 함께 흘려주던 눈물. 하나님의 사랑은 쉬지도 않고 끊어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은 쉬지 않는 사랑이다. 오늘도 변치 않는 주님의 사랑이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목사/ 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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